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정화와 희생

  • 등록 2023.03.13 1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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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정한 피해회복을 생각하게 협주곡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세훈 논설위원 |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반복하여 듣고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1786년 신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무대에 올립니다.

 

이 오페라를 작곡하던 무렵인 1785년 10월에서 1786년 4월까지 그는 피아노협주곡을 세 편을 나란히 작곡합니다. 제22번 Eb장조(K.482), 제23번 A장조(K.488), 제24번 C단조(K.503)인데 이는 같은 해 빈에서 열렸던 일련의 사순절 연주회를 위하여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이 주옥 같은 세 곡은 그가 남긴 스물일곱 편의 피아노협주곡들 가운데 가장 정점에 차지합니다.

 

특히, 1786년 3월 완성된 피아노협주곡 제23번은 오보에 대신 들어간 클라리넷이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부드러우면서도 어두운 음색을 멋지게 이끌어 냅니다.

 

친근한 선율과 단순 명쾌한 악상과 함께 감명 깊은 느린 제2악장의 선율로 제21번과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피아노협주곡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사순'(四旬)이란 본디 “40”이라는 뜻으로, “성경”에서 이 40이라는 숫자는 중대한 일을 앞두고 이를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하곤 합니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간 재를 지켰고(탈출 34,28 참조), 엘리야도 호렙산에 갈 때 40일을 걸었으며(1열왕 19,8 참조), 예수님께서도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하시며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마태 4,1-2 참조). 이처럼 40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을 만나는 데 필요한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정화의 기간”을 뜻합니다.

 

우선, 기독교(基督敎)에서 “기독”은 “그리스도”의 한자식 표현으로 그 한자의 원래 뜻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음만 빌려온 것입니다. 프랑스를 `불란서 (佛蘭西)’로 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기독교를 그리스도교(크리스트교)라고 쓰는 것이 더 일반적이며,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신으로 믿는 종교는 다 기독교입니다. 

 

천주교라고 불리는 가톨릭을 비롯해서, 가톨릭에서 분리되어 나간 개신교(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일컫는 기독교), 정교회, 성공회 등 그리스도교 안에서 “갈라진 형제들”이 있습니다. 

 

가톨릭은 “성부 하느님의 외아들 성자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메시아)”임을 믿는 교회입니다. 성자께서는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성모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으로 태어나신 분입니다.

 

따라서, 성자께서는 완전한 하느님인 동시에 완전한 사람입니다. 또한 성부께서 하느님이시듯 성자께서도 하느님이시고 성령께서도 하느님이십니다. 

 

가톨릭 교회는 이를 삼위일체라고 하여 “믿을 교리”로 가르칩니다. 가톨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없애기 위하여, 그 죄값으로 자신을 희생제물로 하여 죽고 부활하여 우리를 구원했다”고 하는 부활신앙이 중심입니다. 

 

단지 이 세상에서 착한 일 하면서 잘 먹고 잘 살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례를 통하여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 나라에서 부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부활에만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부활 전의 죽음 또한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세상에서 죽어야 하느님 나라에서 부활할 테니까,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가는 “파스카(Pascha)”는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교리이기도 합니다. (Pascha: 건너가다)

 

암튼, 모차르트는 사순절 연주회를 하기 위하여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만들게 되었는데, 모차르트 전기 작가인 장-빅토르 오카르는 “모든 것이 여과되어 있는 우아함과 단순성, 동시에 감각적이고 명쾌한 즐거움이 배어 있다”라고 평하면서, “그것이 바로 모차르트가 언제나 꿈꾸어 왔던 양식의 절정”이라고 극찬합니다.

 

모차르트 자신 역시, 이 작품에 각별한 애정이 있었음은 1786년 8월 어린 시절의 후원자인 피어스텐베르크 공작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이 작품들은 저 자신 또는 소규모의 음악 애호가들과 감식가들로 이루어진 동아리를 위해서 남겨두었던 것으로, 아마 다른 곳 어디에서도 알려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 이곳 빈에서 조차도 알고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라며 밝히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 관한 첫 구상은 1784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가 이 협주곡 한 편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 2년이나 소요됐다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대개 작곡가는 솔로 연주자를 위해서 악보에 독주자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카덴자(Cadenza) 자리를 비워 두는 것이 통상의 관례입니다.

 

모차르트 역시 대부분의 협주곡에서는 카덴자의 자리를 비워 두었지만, 이 곡에서 만은 예외로 두어 악보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 작곡된 상태로 구성되도록 하였고, 다른 두 악장에는 카덴자가 들어갈 자리조차도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이는 흔히 다른 협주곡들과는 달리 “완전한 유기체”로서 이 작품을 완성하려 했던 “그의 의지”로 해석됩니다.

이 협주곡은 클라리넷협주곡 A장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만년의 걸작처럼 쾌활한 흐름 속에 깊은 서정미를 간직하면서도 지극히 깊은 감명의 제2악장은 잔잔한 선율과 단조의 조화로 쓸쓸하고 몽환적인 감상을 자아냅니다.

제1악장 Allegro는 아름다운 주제 선율과 화사한 오케스트라 음색의 고전적인 균형미가 돋보입니다. 쾌활하면서도 우아한 선율의 전개로 쾌적하고 아늑한 기분을 안겨주는 긴 관현악에 의한 제시부에서 두 개의 주제를 처음에는 제1바이올린이, 다음에는 목관이 반복하는 구성으로 안정감을 줍니다.

 

이어 피아노 독주로 코랄풍의 새 주제가 진행되는데 이는 모차르트가 판 스비텐 남작의 집에서 접했던 바흐 음악의 영향으로 보인다. 카덴차가 나온 후 코다로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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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악장 Adagio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는 선율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애상적입니다. 중간에 클라리넷이 이끄는 관악 앙상블이 밝은 분위기를 이끌지만 미묘하게 일렁이는 시칠리아노 풍 리듬에 실려 그 위에 얹힌 단순한 선율은 감동적 우수에 더해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합니다.

제3악장 Allegro assai는 경쾌한 론도 주제 사이에 매력적인 주제들이 삽입되어 활기차면서 동시에 드라마틱합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눈부신 대화를 주고받으며 클라리넷과 바순의 활약이 돋보이고 미묘한 단조 부분들도 절묘하게 뒤섞이면서 상쾌하게 피날레로 향하게 됩니다.

모차르트가 사순절 연주회를 위한 최고의 작품을 완성하였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순시기인 2023년 3월2일 전 세계 신자와 함께 하는 2023년 3월 기도지향을 알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교회는 “보호의 모델”로 학대 피해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하며, 특히 교회 안 학대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학대 사건, 특히 교회 구성원들이 저지른 학대 사건은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피해자들이 학대 대응에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들의 고통과 심리적 상처는 그들이 겪은 공포를 치유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동이 있어야만 치유되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학대가 어디에서 일어나든 숨길 수 없으며, 사회와 가정의 학대 문제에도 빛을 비추는 것을 포함해 학대에 대응하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 대응의 일환으로 교회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심리적으로 지원하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하며, 특히 교회구성원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내정된 유력 변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의 학교폭력사태가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반면 피해자는 아직도 폭력에 시달리는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교황께서 말씀하신 바에 의하면 학대가 어디에서 일어나든 일체 숨길 수 없다 하셨고, 사회와 가정의 학대 문제에서도 빛을 비추는 것을 포함해 학대에 대응하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함을 우리는 이 시점에 주시해야 합니다.

 

정부도, 국회도, 사회단체도, 가해자도 피해자의 안전과 완전한 피해복구를 위한 한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3.1절 기념사에 나타난 윤석열 정부의 일본에 대한 화해방식과 피해복구방식, 그리고 미래를 위한 항구적인 용서는 옳지 않습니다.

 

일본 역시 가해자로서 피해자의 안정과 완전한 피해복구를 스스로 행할 수 있을 때 비로서 세계 선도국가로서 위상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사순시기에 행하는 단식은 “자신을 완전히 통제하고 자신의 본능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선한 의지를 훈련하기 위해 많은 욕망, 때로는 좋은 욕망에 제한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요한 바오로 2세는 말씀하십니다.

 

이사야서 58장 6-8절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주고 멍에 줄을 끌러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너의 의로움이 네 앞에 서서 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 하신 말씀을 우리는 지금 이 시점, 이곳에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왜 그리도 오랫동안 작곡했을까요? 작곡의 목적이 사순절 연주를 위한 작곡이었으니 모차르트는 바로 이 사순 시기의 단식과 희생, 금욕과 반성, 그리고 진정한 화해,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보속(기어 갚음)의 실행을 깊이 생각하며 2년 넘게 이 곡을 작곡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세훈 기자 moderato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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