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정화시키는 극강의 바다를 닮자

  • 등록 2024.03.11 1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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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세훈 논설위원 |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바다가 모든 악을 씻는다”고 말했다. 플라톤이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바다는 극강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미지의 세계이며, 인간이 무자비하게 착취한 육지와는 다르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고분고분하지 않고, 순응하지 않는 마지막 야생지대다.

 

연일 대서특필 해대는 그 많은 기사에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참으로 어렵다. 악이 선으로 둔갑하고, 불의가 정의가 되고, 진리가 하나의 악을 이루기 위해 거짓을 위한 마중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세상은 이 근간을 이루는 사람들이 서로 둘로 나뉘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온 세상이 시끄럽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2024년 4월 10일 총선의 시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집권여당은 조용한 공천이 이루어진 공정한 공천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과거의 인물들이 대거 그대로 포함된 공천이란 점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한 후진적 공천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 역시, 당내에서 친문과 비명계의 의원들에게 눈에 띄게 가혹한 공천심사를 진행하여 대거 낙천하게 하는 이재명 대표에 의한 사천이 이루어진 점에서 실망하기는 매 한가지다. 선거철을 앞두고 공천에 탈락했거나, 공천이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한 정치권 인사들의 이합집산 하는 모습 역시 결코 새로운 모습은 아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를 모르고 치솟고, 기업들의 현실은 현상유지가 목표일만큼 가혹한 경제현실에 놓여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수십조원을 보유했던 현금보유액이 반도체 부문의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줄고 줄어 이제는 한자리 수로 내려 앉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불균형과 예측 불가한 미증유의 경제현실에 우리 모두가 직면해 있다는 방증이다.

 

정치적 변혁기로 인해 국민들 관심밖에서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대규모 합병이 한, 미, 일 정부의 공조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하여야 한다.

 

아사이 신문의 발표에 의하면 일본의 카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와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이 SK의 반대로 중단되었던 두 회사의 합병협상을 오는 4월에 재개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보도가 발표되었다. 문제는 이 합병을 위한 설득에 윤석열 정부가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는 기사가 이미 보도되었다. 문제는 이 기사의 진위여부다.

 

5분기 연속 적자를 낸 일본의 키옥시아(구, 도시바 메모리)는 회사 재건을 위해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합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반도체 분야에서 미·일 협력의 ‘상징’으로 생각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추진중이다. 최대주주인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업계 재편으로 기업가치를 올린 뒤, 매각 등을 통한 최대 수익 확보를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약 4조원을 간접 투자한 상태여서, 지분 매각 등에 대해선 찬성이든 , 반대이든 의견을 낼 권한이 있다.

 

이제 일본과 베인캐피털 쪽에선 합병에 반대하는 SK하이닉스를 설득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됐다. 합병 협상이 중단된 2023년 가을 이후에도 SK하이닉스와 물밑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이달 초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일본으로 왔다. 급하게 일본 방문을 통보받은 경제산업성이 서둘러 면담을 추진했다”며 “일본 국회 회기 중이라 경제산업상(장관) 대신 사무차관(차관)이 만났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찬반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산업성 간부는 이 신문에 “최 회장과 만났다는 점에선 진일보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시점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과정을 상세히 다뤘다. 보도를 보면, ‘SK설득’에 한국·미국·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는 보도이고, 아사히신문은 “두 회사의 메모리 분야 합병논의는 웨스턴디지털 주주의 제안에서 시작됐으며, 지난해 봄에 논의가 시작돼 여름에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나서면서 합병협상이 급 물살을 탔다”고 밝혔다. 미·일 정부의 지원 속에 속도를 내던 합병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분명 SK하이닉스의 반대다. 일본 경제산업성 쪽은 베인캐피털에 대해 ‘SK의 양해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베인캐피털 내부에서는 ‘정치적 압박을 가하면 SK가 납득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도 일부 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베인캐피털이 말한 ‘정치적 압박’은 한·미·일 정부 차원의 대응을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베인캐피털 간부는 신문에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당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한국 정부 등 ‘관계자 일동이 혈안이 돼 설득’ 했지만, SK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격차를 이루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한미일의 연합작전으로 인해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를 만드는 상황으로 우리 입장에서만 본다면 이러한 한국정부의 미국과 일본정부에 대한 지원과 협력결정은 반국가적 행위임이 틀림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하는데 있어 SK하이닉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2018년 계약문서에는 대형 통합을 검토할 경우 SK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베인캐피털이나 웨스턴디지털이 향후 관계를 감안해 에스케이의 반대를 무시할 수 없어 지난해 10월 협상을 백지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일은 SK가 시장에서 Market Share의 하락과 존재감 저하를 우려해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두 회사가 합병을 하면, 낸드플레시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이 2위인 SK를 뛰어넘어 1위인 삼성전자와 맞먹게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31.4%), SK하이닉스(20.2%), 웨스턴디지털(16.9%), 키옥시아(14.5%), 마이크론(12.5%) 등 다섯 업체가 나눠 갖고 있다.

 

SK쪽은 자신들을 포함한 ‘3사 통합’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SK가 3사 통합을 제안하고 있지만, 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 각국의 독점금지법상 심사가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키옥시아는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쪽에선 반도체 산업이 정치적 영향력이 강해 미·일 정부의 반감을 사면 SK에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신문에 “우리는 압력에 굴복하는 회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28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어 “우리 정부가 미-일 반도체 회사 합병에 SK하이닉스가 동의하도록 압박했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 지금껏 동맹강화를 주창한 정부가 실행한 우리정부의 미일외교관계는 무조건적이고, 다소 굴종적인 정부였음을 볼 때, 이러한 행태는 반국가적, 반기업적인 행위가 아니고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또 하나,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가 될 ‘채 상병 순직사건’의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3월 10일 취재진과 야당의 출국저지팀을 피해 도망치듯 인천공항을 빠져나가서 새로운 임지인 호주의 대사직을 수행하려고 출국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고,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았다는 정황이 밝혀지고 있는 시점에 차관급이 부임하는 임지에 장관급을 인사조치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공수처의 4시간 형식적 조사를 받은 다음, 피의자를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피신시키는 일을 정부가 인사권을 통하여 스스로 자행하였다는 점은 “공정과 상식”을 주창한 이 정부가 할 수 없는 행태로 분노와 함께 참으로 부끄럽고, 몰염치한 정부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한다.

 

그동안 불교계의 명진 스님은 그간 종교와 사회원로로서 조계종단 개혁의 문제뿐만 아니라, 10·29 이태원참사와 '채 상병 순직' 사건 등을 비롯한 각종 사회 현안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왔다. 어제 이루어진 오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명진 스님은 4월 총선의 의미를 묻는 말에 긴 한숨부터 내쉰 뒤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에 이재명 대표의 부인에 대한 법인카드 사적 유용 문제를 검찰이 기소했습니다. 10만 원입니다. 한 푼이라도 잘못 쓰면 벌을 받아야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는 어떤가요? 디올백, 대통령 부인이 사람들 뒤에서도 아니고 그 앞에서 그런거나 받고 있는 게 말이 되나요? 양평고속도로는 또 어떻습니까? '채 상병' 사건도 해병대 1사단장과의 관계 때문에 덮으려 했던 게 아닌가요? 대통령이 돼서는 절대로 안 될 사람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명진 스님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고 주장했을 때 '그 입을 꿰매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미국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을 한다면 우리도 몰살을 당한다"면서 "국내 정치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 술은 잘 먹고 보스 기질이 있는 것 같은데...조폭 두목 정도 하면 딱 맞을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게 비극"이라고 일갈했다.

 

명진 스님은 이명박 정권 때 '좌파, 종북 운동권 스님'으로 몰려 강남의 봉은사 주지에서 쫓겨났다. 조계종단으로부터 승적도 박탈당했다. 당시 명진 스님을 불법 미행하고, 자승 전 원장과 사실상 공모해서 불교계 퇴출을 위해 공작했던 국정원의 불법 문건들이 지난 2020년 국정원을 상대로 한 행정 소송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명진 스님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청산론'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명진 스님은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 "뚫린 입으로 무슨 말을 못하겠냐"고 이같이 말했다.

 

"한국 사회가 변혁 운동을 통해 인권과 평등, 자유를 쟁취해 왔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이 많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자기 몸을 불태웠던 전태일 열사 같은 경우는 소신공양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외세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는데, 부당한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자민투니, 민민투,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운동권으로 통칭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희생으로 한국 사회가 조금씩 개선돼 왔습니다." 명진 스님은 "운동권 인사 중에 정치권력에 취해서 자기의 안위와 권력 욕심을 채우려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운동권'이라는 말을 쓰면서 심판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그렇다면 한동훈 당신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데? 어떻게 살았는데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에 임하는 유권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최소한 주식을 가지고 장난을 쳐서 돈을 버는 거, 미국에서는 몇십 년 형을 받습니다. 김건희 일가는 어떤가요?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거짓말했어요. 지난 선거 때 장모가 이익 본 거 없다고 이야기 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요. 또 무도한 정권이잖아요. 김건희와 함께 해외 순방을 다니면서 벌이는 천박한 행태를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미국, 일본과 딱 붙어서 외교적으로 무시를 당하면서 중국 수출 시장 막히고..."

 

명진 스님은 "이런 무도한 정권을 빨리 끌어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망하기 일보 직전으로 갈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명한 우리 모든 국민들과 명진스님과의 바람과는 다르게 정의와 불의, 선과 악, 공정과 불공정, 자유와 억압을 서로 감추는 기묘한 수법으로 국민들은 현혹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것을 정화시키는 극강의 바다, 미지의 바다를 우리 모두가 닮아 스스로 정화되어 바르고, 떳떳하며, 공정하고, 경계가 없는 무차별의 세상이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이세훈 논설위원/경제학 박사

 

 

이세훈 기자 moderato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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