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불교 명소인 제주 한라산 영실 속으로

오백나한五百羅漢, 오백장군, 영실기암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존영 기자 | 한라산에서 백록담 다음으로 신령스럽게 생각하는 곳이 바로 영실靈室이다. 영실은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의 남서쪽 산허리에 위치한 골짜기로 약 1600미터의 거리로 펼쳐져 있다. 둘레가 약 2킬로미터, 계곡 깊이가 약 350미터, 그리고 5000개의 기암으로 둘러싸인 골짜기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난 2000여 개의 돌기둥과 절벽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 각종 새소리와 절벽의 허리를 두르고 있는 안개가 심산유곡의 극치를 이룬다. 웅장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 영실이다. 절벽의 동쪽에 500여 개가 넘는 형형색색의 모양을 한 돌기둥들이 울창한 수목 사이에 마치 장군들이 도열한 것 같기도 하고, 나한들이 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오백나한五百羅漢, 오백장군 또는 영실기암 이라고도 부른다.

 

 

영실靈室의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면 바위기둥으로 이뤄진 주상절리 ‘병풍바위’, 맞은편에는 짙은 녹음과 함께 기암괴석으로 자연이 빚어낸 ‘오백나한’이 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영실은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서 남서쪽 해발 1300∼1650m 일대에 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은 날씨가 맑았다가도 순식간에 한치 앞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운무가 뒤덮이는 등 변화가 심한 곳으로 유명하다. ‘영실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천혜의 기암괴석과 오백나한’은 2011년 명승 제84호로 지정됐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영실 일대는 불교문화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나라의 안녕을 위해 제사를 지낸 사찰을 비롯해 근처에 불교의 항일운동 발상지가 함께 나란히 포진해 있다.

 

 

지명인 영실은 부처가 고대 인도에서 설법했던 영산회랑 또는 영취산에서 유래했으며 오백나한 역시 깨달음을 얻은 불제자들을 칭하는 말이다. 볼레오름은 ‘부처가 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불래악佛來岳’으로 불리기고 있다.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병풍바위의 주상절리 기둥은 부처의 제자인 1250명을 뜻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선시대 일부 관리는 기암괴석을 ‘천불봉千佛峰’으로 불리기도 했다.  

 

 

실제 영실에는 조선시대 나라의 기운을 흥하게 하기 위해 국성재를 지낼 만큼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존자암’이 있었다. 조선시대 관리와 선비들이 한라산을 탐방할 때는 대부분 존자암을 지나가면서 영실의 장관을 감상했다고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