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매우 자유로운 선과 면으로 채워진 화면속에 그 선과 면의 중심엔 언제나 색(色)이 있고 색은 화면을 주도하는 특유의 조형요소로서, 행위를 머금은 시간의 흔적, 미적 욕망의 동기화이자, 물질과 내면을 동시에 엿보게 하는 작가 김기범 마루아트쎈터 초대기획전이 마루아트센터(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5-4) 5관에서 2024년 3월 13일부터 3월25일까지 열려고 있다.
작가의 회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색이다. 유동하는 빛의 낱낱이요, 알알의 빛, 생명의 율동을 머금은 빛의 향연이 곧 그의 색이다. 다만 이 색은 시각에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있으나 없는 듯한 상태로 버무려져 피어나는 미학의 언어들은 마주한 관람객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즉흥적이면서 산파되는 기존 조형방식을 고스란히 잇는다. 색채추상의 면면이 올곧이 살아 있고. ‘진득한 즉흥’과 ‘숙고된 찰나’는 더욱 거세지고 내밀해졌다. 화면은 더욱 거칠고 투박해졌으며, 역동적인 작가의 행위의 결과인 표상은 물질의 집합을 넘어 시간의 층위를 질퍽하게 담아내는 흐름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결과는 시각적 여진과 울림의 증폭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사유의 확장과 상상의 여백이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사유할 수 있는 추상만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살리고 있다는 건 김가범 작가의 백미다.
작가의 작업에는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욕구로 가득한 예술가로서의 일상과 살아오며 겪어야 했던 삶의 단락에 관한 애증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그는 이를 강하고 묵직한 동세 확연한 획과 색으로 드러낸다. 색과 색이 부딪히며 충돌하여 만들어지는 ‘즉흥성’은 빛을 발한다. 즉흥성은 말 그대로 어떤 수를 헤아려 빚어지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을 비우고 덜어낸 후에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연속된 순간’의 산물에 가깝다.
작가의 삶 자체를 이끄는 필연성을 중심으로 행위, 몸짓, 시간, 공간, 사물, 삶, 관계라는 명사들이 알알이 박혀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기엔 하나의 추상화지만 그에겐 삶을 밑동으로 한 가장 정직하고도 솔직한 작품들이다
연속된 순간 속 ‘고요한 충돌’, 색채 추상의 아름다움을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에 담아볼수 있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