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사야삿 누르벡(Sayasat Nurbek) 카자흐스탄 과학고등교육부 장관이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의례적 교류가 아니라, 급속한 기술 변화 시대에 양국이 어떻게 교육과 혁신을 매개로 협력할 것인가를 모색한 실질적 논의의 장이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의 핵심 국가로, 첨단기술과 교육 개혁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한국은 이미 ICT·인공지능·벤처생태계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만남은 양국 모두에게 미래 지향적 협력의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누르벡 장관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이 과학·기술·혁신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공동 연구와 혁신 플랫폼 구축이 논의되었으며, 이는 카자흐스탄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정책과 한국의 ICT 경쟁력이 결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과의 만남에서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등 구체적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 연구실 설립과 학술 교류를 통해 카자흐스탄의 첨단 기술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육 분야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최은옥 교육부 장관 직무대행과의 회담에서는 카자흐스탄 코르큿 아타 대학교 내 설립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공지능 학교의 성공 사례가 소개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협력 확대와 학생 교류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유지범 성균관대학교 총장과의 회담에서는 사트파예프 대학교와 추진 중인 복수학위 프로그램 협정이 논의되었다. 이는 카자흐스탄 학생들에게 한국 교육의 장을 열어주는 동시에, 한국 대학에는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서울사이버대학교와는 Q대학교와의 공동 협력에 합의하고, 카자흐스탄 대표단은 캠퍼스를 방문해 아바이 흉상에 헌화하는 등 문화적 상징성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양해각서(MOU)도 체결되어 실질적인 교육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
카자흐스탄은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 해외 자본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누르벡 장관은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와 만나 한국 벤처 자본을 카자흐스탄에 유치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공동 투자 및 스타트업 지원을 통한 협력 모델은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 모두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누르벡 장관은 방한 기간 중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서 연설을 하며, 급속한 기술 변화 시대에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과 교육의 미래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 속에서 열릴 것”이라며,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함께 걸어가야 할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과학·교육·혁신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통해 중앙아시아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카자흐스탄은 한국의 경험을 통해 첨단기술과 교육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양국의 협력은 단순한 양자 관계를 넘어,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방한이 남긴 성과는 양국의 미래뿐만 아니라, 글로벌 지식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도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