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미르 성, 평화와 문화가 깃든 중세의 보석

  • 등록 2025.10.29 10: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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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미르 성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다.
- 미르 성,역사가 노래하고, 사랑이 머무는 곳.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벨라루스 특파원 김선아 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동서 문명의 교차점
벨라루스의 중심부에 자리한 미르 성(Mir Castle) 은 마치 중세의 전설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붉은 벽돌과 흰색 장식, 그리고 다섯 개의 웅장한 탑이 조화를 이루며, 위엄과 우아함이 어우러진 그 자태는 한 폭의 역사화와 같다.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벨라루스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류 문화의 보고寶庫 이다.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미르 성은 오늘날까지 ‘평화’와 ‘조화’의 이름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16세기, 동서 문화의 경계에서 세워진 요새
미르 성은 16세기 초, 동유럽과 서유럽의 경계에 세워졌다. 당시 이 지역은 전략적 요충지로, 성은 두터운 벽과 화살 구멍을 갖춘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요새였다.

 

그러나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오자, 주인들은 성을 르네상스 양식의 궁전으로 개조하였다.
아치와 발코니, 정원 등이 더해지며 미르 성은 점차 힘과 세련미가 공존하는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라지빌 가문, 문화와 예술의 후원자
이 성의 주인은 벨라루스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귀족 가문인 라지빌(Radziwill) 가문이었다.

 

그들은 ‘벨라루스의 양반’이라 불릴 만큼 교양과 품격을 갖춘 명문으로, 학문과 예술, 건축을 아끼고 사랑했다. 라지빌 가문은 이탈리아·독일·폴란드의 예술가와 장인들을 초청하여 미르 성을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음악이 흐르고, 연극과 무도회가 열리며, 미르는 동서 문명이 교차하는 예술과 교양의 궁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사랑과 전설이 깃든 성
전설 없는 성은 없다. 미르 성에도 세월을 따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성주의 딸이 가난한 기사와 사랑에 빠졌으나,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함께할 수 없었다. 전쟁에서 기사가 전사하자, 슬픔에 잠긴 아가씨는 성 옆 호수로 몸을 던졌다고 한다.

 

그 후 고요한 밤이면 호수 위로 그녀의 노래가 들린다 하여, 사람들은 그곳을 ‘사랑의 호수’라 부른다.

 

또 하나의 전설은 ‘하얀 여인의 유령’(Белая Дама) 이야기다. 성의 한 방에서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얀 여인’이 사랑을 믿고 선한 마음을 지닌 이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내부의 비밀과 문화의 부활
성의 안뜰은 마치 작은 도시와 같다. 과거에는 기사들의 토너먼트와 축제가 열렸고, 왼편에는 주거 공간, 오른편에는 부엌과 무기고가 자리했다.

 

안뜰 한가운데의 오래된 우물은 단순히 물을 길어 올리는 곳이 아니라, 지하 비밀 통로의 입구였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고고학자들은 지하에서 통로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오늘날 미르 성은 전시회와 음악회의 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름 저녁이면 바로크 음악이 울려 퍼지며, 방문객들은 마치 시간이 몇 세기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감동을 느낀다.


예배당과 기억, 인간은 기억될 때까지 살아 있다
성 옆에는 20세기 초, 모더니즘 양식으로 지어진 작은 예배당이 있다. 섬세한 모자이크와 석재 장식으로 꾸며진 이곳에는 스비아토폴크-미르스키(Svyatopolk-Mirsky) 가문의 후손들이 잠들어 있다.


벨라루스 사람들은 이곳을 마치 한국의 가족 묘역처럼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찾는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기억될 때까지 살아 있다.” 이 말은 미르 성의 존재 이유를 가장 잘 대변한다.
이곳은 단지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기억과 존경, 삶과 문화가 이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미르(Mir)’라는 이름, 평화의 상징
‘미르’는 벨라루스어로 ‘평화’, ‘조화’, ‘안식’을 의미한다. 그 이름처럼 미르 성은 힘과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역사와 문화가 하나로 이어지는 평화의 상징이다.

 

2000년, 미르 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단순히 건축미의 인정이 아니라, 이곳에 깃든 인류의 정신과 문화의 힘을 세계가 공인한 결과였다.

 

그러나 오늘의 미르 성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자, 전쟁의 상흔을 넘어선 평화와 예술, 사랑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붉은 벽돌 아래 흐르는 시간은 멈추지 않지만, 그 속에 깃든 인간의 꿈과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 숨 쉰다.

 

미르 성,역사가 노래하고, 사랑이 머무는 곳
그 이름처럼, 평화와 조화의 영혼이 이 성에 머물고 있다.
 

 

 

김선아 기자 times648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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