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김동현 기자 | 전통 민화가 시대를 넘어 K-민화(K-Folk Painting)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붓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작가 청현 강경희 清賢 姜京希가 있다.
그녀의 작품 〈그리운 금강산〉은 한 폭의 그림을 넘어, 글씨와 회화, 영성과 서정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캘리그래피 작가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붓의 필획과 운율을 민화의 구조 속에 녹여낸 그녀는, 산과 구름, 마을과 사찰을 글씨처럼 써 내려간다. 그의 붓끝에서는 산맥이 행서行書가 되고, 구름이 초서草書가 되며, 그리움이 한 편의 시로 피어난다.
금강산, 민족의 기억과 마음의 산수
〈그리운 금강산〉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 속에는 한국인의 정서, 나아가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염원이 담겨 있다. 작가는 금강산을 ‘그리운 땅’이자 ‘마음속 고향’으로 해석하며, 그리움의 감정을 청색과 옥색의 층위로 쌓아 올린다.
봉우리마다 흐르는 먹빛의 결은 마치 고요한 불심이 깃든 선사의 필적 같고, 그 아래 자리한 사찰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찾는 영혼의 쉼터로 읽힌다. 그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의 귀의처歸依處다.
서예의 필법이 만든 산수...‘서화일체’의 구현
청현 강경희의 붓은 글씨의 붓이자, 그림의 붓이다. 그녀는 선線을 그리지 않는다. 쓴다. 한 획, 한 획이 호흡을 품고 있으며, 그 필획의 리듬이 산의 생명력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동양미학의 근본인 ‘서화일체書畵一體’의 현대적 해석이다. 글씨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기도가 되며, 그리움이 색으로 피어나는 순간...전통 민화는 K-민화로 다시 태어난다.
색의 시학..한지 위에 스민 청현淸賢의 정서
그의 색채는 절제와 여백 속의 울림으로 표현된다. 짙은 남청과 은은한 분홍, 옥빛 안개가 번지듯 겹쳐져 한국적 청현清賢의 정서를 형성한다. 이 색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광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온도와 호흡을 담아낸다. 그리움의 색이 한지 위에 스며들고, 그 여백 속에서 시간은 멈춘다. 〈그리운 금강산〉은 그렇게 기억을 색으로 번역한 회화다.
K-민화, 전통에서 세계로
청현 강경희의 예술은 한국 민화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세계화를 향한 제언이다. 그녀의 금강산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한글의 선’과 ‘민화의 색’을 융합한 K-민화의 정점이다.
서예의 운필, 민화의 구도, 불화의 영성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져 동서양의 경계를 넘어선 예술 언어를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이미 국내외 전시를 통해 “글씨로 쓰인 산수화”, “붓의 명상화”로 평가받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 민화가 세계 속에서 ‘기도하는 예술’로 확장되는 이유다.
산은 붓이 되고, 붓은 기도가 된다
청현 강경희의 금강산은 보이는 산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서 솟아오른 마음의 산이다. 붓끝의 움직임마다 생명의 기운이 스며 있고, 그 기운은 보는 이의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움은 색으로 피어나고, 기도는 산의 윤곽으로 남는다.
그녀의 붓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산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리움을 썼습니다.” 그 한마디가 바로 K-민화의 정신이며, 청현 강경희 예술 세계의 중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