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의 영각사 봉안당 매각 판단, 과연 적정했는가

  • 등록 2025.12.29 12: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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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자금 회수 "실패의 패턴을 더는 방치할 것인가"
- 부산저축은행 사태 공적자금 회수, 설명되지 않은 결정의 책임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기자 |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수만 명의 소액 예금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 금융 참사였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 앞에 져야 할 책임의 문제였다. 그 최종 책임기관인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자산 매각 판단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논란의 중심은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이른바 ‘영각사 봉안당’ 관련 자산과 채권 매각이다. 제보 문건과 법원 판결, 회생 절차 자료를 종합하면 예보는 채권액 약 1,600억 원대로 보고된 자산을 약 100억 원에 매각했고, 실제로 회수한 금액은 약 77억 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대비 회수율은 5% 내외에 불과하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예보의 설립 목적에 비춰볼 때, 이 결정이 합리적이었는지를 묻는 문제 제기가 불가피하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자산의 법적 불확실성 여부다. 수원지방법원은 2019년 1월, 시흥시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해당 봉안당의 설치·운영·관리권자 지위를 인정했고, 이 판결은 2019년 2월 8일 항소 없이 확정됐다. 봉안당 25,004기 규모의 핵심 가치인 운영권이 사법적으로 정리된 시점이다.

 

그럼에도 예보가 같은 해 11월 무렵 매각에 동의하면서도 ‘행정 리스크’를 이유로 낮은 평가를 유지했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사법적 확정 이후에도 동일한 저평가 논리가 유지됐다면, 이는 공적자금 회수라는 기관의 책무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예보는 과거 외부 설명에서 “지자체의 직권 취소 가능성, 사업 적합성 문제 등 행정적 불확실성”을 매각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점이다. 사법부가 운영권 지위를 확정한 이후에도, 행정 리스크를 이유로 가치 재평가를 하지 않았는지 여부는 반드시 검증돼야 한다.

 

영각사 측은 회계법인 평가를 근거로 봉안당 1기당 가치와 잠재 분양 수익을 종합할 경우 최소 1,600억 원 이상 가치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 주장이 옳은지 여부와 별개로, 예보가 대안적 회수 전략(단계적 매각, 운영 정상화 후 매각, 재분양 등)을 검토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사후 전개는 논란을 더욱 키운다. 2025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자산은 2019년 9월 100억 원에 인수된 뒤 2022년 캐피탈·저축은행 등에서 원금 추산 약 120억 원 규모의 담보대출이 발생했고, 2024년 6월 법원 경매가 개시됐다. 매각 당시 기대됐던 ‘정상화·회수 극대화’와는 반대의 흐름이다.

 

결과적으로 저가 매각→낮은 회수→담보대출 확대→경매라는 구조가 반복됐다. 이는 예보의 판단이 단기적 리스크 회피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공적자금 회수의 장기적 관점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라는 질문을 남긴다.

 

제보 문건에 따르면 예보는 회생 신청 전후 전 대표자에 대해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고, 이를 근거로 관리인 배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해당 혐의는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떤 회수 시나리오를 배제하고 선택했는지, 대표자 배제 시도와 저가 매각 판단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었는지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생 절차는 법원의 감독 아래 진행되지만, 그것이 공적자금 회수기관의 판단 책임까지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예보는 단순한 채권자가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의 관리자다. 확정판결 이후에도 가치 재평가를 하지 않은 이유, 대안적 회수 전략을 검토했는지 여부, 그리고 사후 결과에 대한 내부 검증이 있었는지에 대해 투명한 설명이 요구된다.

 

영각사 봉안당 매각 논란은 특정 종교시설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공적자금 회수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라는 경고다. 특히 이번 사안은 ① 사법적 확정 이후의 평가 유지, ② 채권 대비 현저히 낮은 회수율, ③ 사후 자산 불안정 재발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구성한 ‘국가재산 헐값 매각 점검 TF’의 조사 취지에 정확히 부합한다.

 

TF는 예외 없이 이 사안을 조사 대상으로 포함해 자산평가 기준, 매각 의사결정 과정, 외부 회계법인의 역할, 내부 회의록과 평가보고서 전면을 검증해야 한다. 공적자금 회수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합리성과 설명 가능성으로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회수는 과거형이 아니다. 지금도 국민의 신뢰 위에서 작동해야 하는 현재형의 책임이다. 예금보험공사의 그 판단은, 지금 다시 설명할 수 있는 결정이었는가.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차례다.

이길주 기자 aromaes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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