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2026년 한반도 정세는 ‘전환’보다 ‘관리’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 미·북 정상회담 재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북·러 협력의 지속성, 중국의 대(對)한국 압박 여부 등 복합 변수가 얽혀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대화의 급진전도, 전면 충돌도 아닌 고강도 관리 국면”을 전망한다. 미국 최고 수준의 안보 싱크탱크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CSIS)가 진행한 『The Capital Cable』 한반도 특별 대담은 이러한 인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대담에는 CSIS 한국석좌인 Victor Cha를 비롯해, 전 미 정보공동체의 북한 분석 책임자 Sydney Seiler, 전 주한 미국대사 Mark Lippert,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선임연구위원 Andrew Yeo가 참여했다. 이들은 외교·정보·동맹·역내 질서를 아우르는 시각에서 2026년 한반도의 구조적 제약과 가능성을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 외교’ 복귀 가능성은 늘 시장의 관심을 끈다. 그러나 패널들은 2026년 미·북 정상회담의 정치적 유인은 존재하되, 실질 성과를 담보할 구조는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제재 완화 이상의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미국 역시 실무 합의 없는 이벤트성 회담이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상회담은 배제할 수 없는 변수이지만, 전략적 판을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남북 정상회담 재개 전망은 더욱 어둡다.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이후, 대화의 문은 좁아졌다. 패널들은 2026년에도 남북관계가 군사적 긴장 관리에 초점을 맞춘 채, 대화보다는 무력 시위와 억지의 병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북·러 협력을 상수로 만들고 있다. 러시아는 병력·탄약·노동력을, 북한은 식량·에너지·외화를 필요로 한다. 다만 이는 동맹으로의 진화가 아니라, 상호 필요에 따른 거래적 공생에 가깝다. 2026년에도 협력은 이어지되, 전략적 상호방위 수준으로 격상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한·미·일 안보 협력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속도와 강도는 각국의 국내 정치 변수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단독 이슈가 아닌 역내 전략의 일부로 관리하며, 억지와 동맹을 통해 안정성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당하고 있다.
CSIS 대담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2026년 한반도는 급격한 평화 전환이나 전면 충돌이 아닌, 고강도 관리 국면에 놓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대화의 문은 좁지만 완전히 닫히지 않았고, 긴장은 높지만 통제된다. 북·러 협력과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은 구조적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한·미·일 협력은 안정의 버팀목이 된다. 외교의 성패는 위기를 키우지 않으면서도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는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