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미 국무부가 이란과의 전쟁(Operation Epic Fury)이 격화되는 가운데, 의회의 검토 절차를 우회하여 이스라엘에 대규모 폭탄 부품을 판매하기 위한 ‘긴급(Emergency)’ 권한을 발동했다. 이는 최근 이란 내 민간인 오폭 참사로 국제적 비난이 거세진 시점에 단행된 조치여서 미 정계에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현지 시간 2026년 3월 6일, 미 국무부 정치군사국(PM)은 이스라엘 정부가 요청한 12,000발의 BLU-110A/B(1,000파운드급) 일반 목적용 폭탄 몸체와 관련 기술 지원에 대해 긴급 판매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무기수출통제법(AECA)’ 제36(b)조를 근거로, 통상적인 30일간의 의회 검토 기간을 생략하는 결정을 내렸다. 루비오 장관은 의회에 제출한 긴급 사유서에서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탄약 보충은 중동 내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과 직결되며, 적대 세력에 대한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의 주 사업자는 텍사스 소재 ‘렙콘 USA(Repkon USA)’이며, 신속한 보급을 위해 일부 물량은 미군이 보유한 현지 비축분에서 즉시 전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무기 지원은 지난 2월 28일 발생한 이란 미나브(Minab) 시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 공습으로 어린 소녀 150여 명이 희생된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이란 지도부는 이번 무기 수출 승인을 ‘단순 지원’이 아닌 ‘미국의 직접적인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최고 수위의 경고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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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부(MFA): “미국 행정부가 자국 의회까지 기만하며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외교적 위선의 극치”라며 미국을 ‘학살의 공급책(Supplier of Genocide)’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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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수비대(IRGC):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은 “미국이 제공한 폭탄이 이란 영토를 타격한다면, 그 폭탄의 출발지와 승인자의 거점 모두 우리의 사정권에 들어올 것”이라며 ‘진실한 약속 3(True Promise 3)’ 작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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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번 사건을 ‘신성한 보복의 의무’로 규정하고 군에 ‘가혹한 보복(Severe Revenge)’을 명령했다.
로이터(Reuters)와 가디언(The Guardian) 등 외신들은 “미군 조사관들이 이미 미군의 오폭 가능성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상황에서, 대량의 폭탄 몸체를 긴급 공급하는 것은 인권 보호를 강조해온 미국의 외교 원칙과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알자지라(Al Jazeera)는 이번에 공급되는 1,000파운드급 폭탄이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 사용될 경우 참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미 의회 내 민주당 중진들은 행정부의 ‘의회 무력화’ 시도에 대해 즉각적인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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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믹스(Gregory Meeks) 하원 외교위 간사: “행정부는 전쟁 준비가 완벽하다고 장담해 왔으나, 긴급 권한까지 동원하는 것은 실상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증거다. 이는 행정부가 스스로 초래한 ‘인위적 긴급 상황’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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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 “미나브 참사라는 비극이 발생한 시점에 의회의 견제 없이 대규모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미국을 전쟁 범죄의 공범으로 만드는 행위다. 공격용 무기 인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해외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긴급 판매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탄약 재고가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이란의 파상적인 드론 및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정밀 유도탄 소모량이 급증하면서, 미 본토의 방산 생산 속도가 전장의 소모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산 기업들에 생산량 4배 확대를 지시한 가운데, 이번 무기 지원이 중동 정세를 진정시킬 ‘억제제’가 될지, 아니면 더 큰 유혈 충돌을 부르는 ‘촉매제’가 될지 전 세계 외교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