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CPJ 특별 보고서.. 129명의 언론인 피살이 남긴 경고

  • 등록 2026.03.21 20: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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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PJ 특별 보고서: ‘표적 살해’와 ‘드론 기술’이 결합된 언론 자유의 구조적 종말
- 전쟁 피해를 넘어선 ‘의도적 제거’: 이스라엘의 책임
- 드론, ‘정밀 암살’의 새로운 도구로 부상
- 구조화된 면책과 민주주의의 후퇴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전 세계 언론 환경이 단순히 ‘위험’한 수준을 넘어, 특정 국가와 기술에 의해 체계적으로 파괴되는 구조적 붕괴 국면에 진입했다. 국제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발표한 최신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최소 129명의 언론인 및 미디어 종사자가 살해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CPJ가 30여 년 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이다.

 

 

보고서가 지목한 가장 충격적인 데이터는 가해 주체가 이스라엘에 편중되었다는 사실이다. 2025년 전체 사망자의 약 2/3에 달하는 86명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과정에서 희생되었다.

  • 정부군의 유례없는 기록: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1992년 CPJ가 기록을 시작한 이래, 그 어떤 정부군보다 많은 언론인을 표적 살해한 군대로 기록되었다.
  • 표적 살해의 정밀화: 업무와 관련해 의도적으로 살해된 ‘살인(Murder)’ 케이스는 47건으로 지난 10년 중 가장 높았으며, 이 중 81%가 이스라엘의 책임으로 확인되었다.
  • 보복적 타격: CPJ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기아 유발이나 병원 공격 등 자국의 전쟁 범죄 의혹을 상세히 보도해 온 기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기술의 발전이 언론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밀 제거’를 가능하게 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언론인 살해는 불과 2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드론에 의한 언론인 사망은

  • 2023년 2건(CPJ 최초 공식 집계)을 시작으로,
  • 2024년 21건으로 급증했으며,
  • 2025년에는 39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5년 드론을 이용한 언론인 살해 39건 가운데 28건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수단(5건), 러시아(4건), 예멘과 이라크(각 1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수단 내전의 준군사조직 RSF는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드론을 활용해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으며 공포 확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PJ 특별 보고서는 언론인 살해 전후에 이뤄지는 ‘치명적 비방’을 핵심 위협으로 지적했다. 가해 주체들이 언론인을 무장 조직원이나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 호삼 샤바트(Hossam Shabat)의 사례: 알자지라 소속의 저명한 기자인 그는 이스라엘로부터 근거 없이 ‘하마스 스나이퍼’라는 비방을 듣던 중, 2025년 3월 드론 표적 공격으로 사망했다.

  • 아나스 알샤리프(Anas al-Sharif)의 사례: 반복적인 위협과 비방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2025년 8월, 동료들과 함께 머물던 언론인 천막에 대한 공습으로 살해되었다.

 

CPJ 특별 보고서에 기록된 사례들은 이 수치가 단순한 통계가 아닌 참혹한 현실임을 알리고 있다.

  • 마리암 부 다가(Mariam Abu Dagga): 2025년 8월 25일, 나세르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더블 탭(multiple strikes)’ 공습으로 피살되었으며, 동료가 그녀의 피 묻은 카메라를 들고 장례식을 치르는 모습은 언론인의 안전지대가 사라졌음을 상징한다.
  • 우크라이나의 비극: 러시아 드론의 타겟이 된 올레나 흐라모바(Olena Hramova)예벤 카르마진(Yevhen Karmazin)은 전선에서 12마일 떨어진 곳에서 취재 중 목숨을 잃었다.
  • 수단의 처형: 수단 뉴스 통신사 국장 타즈 알시르 아메드 술레이만(Taj al-Sir Ahmed Suleiman)은 11월 RSF에 의해 형제와 함께 처형당했다.

 

가장 비극적인 결론은 이 모든 범죄에 대한 '책임의 부재’이다. 2025년 발생한 표적 살해 사건 중 가해자가 법적 책임을 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언론인 살해는 모든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선행 지표입니다.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무능함은 결국 민주주의를 침식시키고 살인자들을 대담하게 만듭니다.” — 조디 긴즈버그(Jodie Ginsberg), CPJ CEO

 

멕시코에서는 정부 보호를 받던 기자가 살해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칼럼니스트 투르키 알자세르(Turki al-Jasser)가 7년간의 구금 끝에 처형되는 등 언론인에 대한 위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언론인 살해 사건의 약 80%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2025년 129명이라는 수치는 정보의 자유와 이를 전달하는 언론인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국제사회가 심각한 한계를 드러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국가별로는 이스라엘이 86명으로 가장 많은 언론인 사망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가자지구를 비롯해 예멘이란 등지에서 이뤄진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을 포함한 수치다. 이어 수단이 9명으로 두 번째를 기록했는데, 장기화된 내전과 준군사조직 RSF의 드론 공격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멕시코는 범죄 조직의 영향력과 구조적 부패 속에서 6명의 언론인이 목숨을 잃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자국군에 의해 4명의 언론인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필리핀 역시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폭력 문제 속에서 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멕시코, 인도, 필리핀 등 전쟁 중이 아닌 국가에서도 언론인들은 강력한 범죄 조직과 정치적 부패를 보도하다 살해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정부의 보호 프로그램 하에 있던 기자마저 살해되는 등 보호 시스템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CPJ는 이러한 언론인 살해의 증가가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전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국제 사회의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길주 기자 aromaes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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