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Michelle Park Steel(한국명 박은주)을 둘러싸고 한국 사회 내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초의 한국계 여성 주한 미국대사 후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 노선과 정치적 배경이 한미관계는 물론 한국 내부 정치지형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5월 열린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 이후 한국 언론과 시민사회, 외교안보 학계에서는 경제·안보·이념 분야를 중심으로 비판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통적 외교관보다 트럼프식 압박 외교의 정치 실행자에 가깝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기업(쿠팡) 차별 안 돼”… 통상 압박 논란
가장 즉각적인 논란은 통상·경제 분야에서 불거졌다. 미셸 스틸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한국 내 미국 플랫폼 기업 문제(쿠팡)를 직접 거론하며 “미국 기업(쿠팡)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 기업의 이해를 앞세워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와 공정거래 정책에 개입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과 관련해 “투자 재원과 이행 계획을 점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산업계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교관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 감독관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반도체·배터리·첨단기술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추가 압박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만 변수와 한미일 안보구조 재편 가능성
안보 분야에서는 그의 대중국 강경 노선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셸 스틸 지명자는 과거 인터뷰 등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 역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청문회 과정에서 한미일 관계를 “매우 강력한 동맹(very strong alliance)”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 역시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기존의 협력 체계를 넘어 사실상의 군사동맹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학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한반도 방위 중심의 기존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전략 전체에 편입시키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치 지향형 대사 역할” 우려… 거래주의 외교 논쟁
외교 전문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미셸 스틸 지명자는 직업 외교관이 아니라 공화당 강경보수 진영 출신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복합적 외교 현안을 조율하기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주의적 외교 노선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국내 422개 시민사회단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주권과 국익을 위협할 수 있다”며 지명 철회와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 거부까지 요구했다.
남편 숀 스틸과 트럼프 네트워크 재조명
이번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 남편인 Shawn Steel 변호사다. 그는 캘리포니아 공화당 의장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을 지낸 공화당 핵심 인사로,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정치적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와 트럼프 재선 캠프 과정에서 대규모 정치자금 모금과 조직 운영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캘리포니아 공화당의 핵심 자금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숀 스틸은 동시에 정치적 접근권 논란의 중심에도 서 있었다. 2020년 The Wall Street Journal은 중국계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 접근을 위해 공화당 인맥을 활용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숀 스틸이 중개자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관련 인물들과의 관계 단절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숀 스틸 측은 “전면적 허위 주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해왔다.
한국 보수·극우 진영과의 협력 가능성
국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지점은 그의 이념적 성향이다. 미셸 스틸 지명자는 6·25 전쟁 당시 북한을 탈출한 실향민 가정 출신으로, 강한 반공·반북·반중 노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특히 미국 하원의원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공산주의 세력과 연결짓는 선거 전략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미국식 강경 보수주의와 매카시즘적 정치 프레임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국내 일부 외교안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그의 정치적 메시지가 한국 내 강성 보수·극우 세력과 공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친트럼프 성향 정치인들과 보수 인사들은 그의 지명을 공개 환영하며 “강력한 우군”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진보 성향 단체들은 향후 그가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할 경우 국내 정치 갈등과 진영 대립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상징적 한국계인가, 트럼프 외교의 전진기지인가”
외교가에서는 미셸 스틸 지명이 단순한 ‘한국계 상징 인사’ 차원을 넘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전략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은 경제·안보·국내정치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셸 스틸 대사가 실제 부임할 경우, 한미관계가 전통적 동맹관리 국면을 넘어 ‘경제 압박·안보 재편·이념 갈등’이 교차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