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동정

(외교부) 한미 안보협의 본격 착수…원자력 협력·핵추진잠수함 논의 제도화

- 한미 안보협의체 공식 출범
-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본격 논의
- 핵추진잠수함은 ‘별도 트랙’ 추진
- 대미 투자와 안보 협력 분리 대응
- 원자력 협력, 한미동맹 새 시험대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한국과 미국이 안보 분야 정상 간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를 본격 가동했다. 양국은 원자력 협력 확대와 핵추진잠수함 추진 방안을 포함한 주요 안보 현안을 제도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를 출범시키며, 그동안 지연돼 온 안보 협력 의제를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6월 2일부터 3일까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Joint Fact Sheet) 안보 분야 후속 협의를 위한 발족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측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과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범정부 대표단, 미국 측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을 수석대표로 한 범정부 대표단이 참석했다. 양측은 회의 개회 직후 국가안보실 주도로 분야별 실무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와 핵추진잠수함 별도 협정 논의 병행

 

외교부는 이번 협의체 출범의 가장 큰 의미로 "그간 다소 지연돼 왔던 안보 분야 정상 간 합의사항 이행 작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원자력 분야 협력이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논의는 크게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문제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위한 협력 방안 등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문제가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또는 보완과 연계된 사안이며, 이는 철저히 민수용·상업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 범위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우리로서는 현재보다 확대된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어떠한 방식과 경로를 통해 달성할 것인지는 앞으로 한미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핵추진잠수함 문제는 별도의 법적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됐다. 정부는 핵추진잠수함이 핵무기와는 무관하지만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에 해당하는 만큼, 민수용 원자력 협정과는 다른 별도의 협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미국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에 따라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이전 및 활용은 별도 협정 체결이 요구되는 사안이라며, 향후 한미 간 별도 트랙을 통해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핵추진잠수함의 경우 국내 건조를 기본 구상으로 하고 있으며, 잠수함 원자로에 사용될 핵연료는 미국으로부터 공급받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AUKUS)의 잠수함 이전 방식과는 차별화된 접근이다.

 

한편 일부에서 제기된 대미 투자 집행 지연 우려와 관련해 정부는 산업 분야 협의와 안보 협의를 별개로 추진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오는 6월 18일 미국의 대외투자 관련 법령 시행을 계기로 산업당국 간 협의도 보다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안보 분야 협의 역시 정례적인 고위급 접촉을 통해 실질적 성과 도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나 핵추진잠수함 관련 별도 협정 체결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번 발족회의 결과를 토대로 후속 협의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의체 출범이 단순한 실무회의를 넘어 한미동맹의 전략적 범위를 원자력·첨단안보 영역으로 확대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에너지 안보와 해양안보가 동시에 중요해지는 인도·태평양 전략 환경 속에서 양국이 원자력 협력의 새로운 제도적 틀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