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동정

(외교부) ‘K-핵잠’ 연내 타결 희망 … 안보 주권·경제안보·북한군 포로.. 질의

- 외교부 “원자력 협력 형식은 신축적”… 전면 개정보다 ‘실질 합의’에 무게
- AI 공급망 동맹 ‘팍스 실리카’ 참여 본격화… 경제안보 블록화 심화
-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문제,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 회담 핵심 의제로 부상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한국 외교가 안보 주권 확보와 경제안보 재편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23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은 표면적으로는 정례 현안 설명에 불과했지만, 그 이면에는 ▲핵추진잠수함(SSN) 확보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력 협상 ▲미국 주도 AI·첨단기술 공급망 재편 ▲우크라이나 전쟁이 낳은 북한군 포로 문제 등 대한민국 외교의 향후 수년을 좌우할 핵심 현안들이 설명되었다.

 

특히 외교부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상의 ‘형식적 신축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연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현실적 접근법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설명된다. 동시에 미국이 추진하는 첨단기술 공급망 동맹 참여가 본격화되었다.

 

 

“형식보다 실질”… 한미 원자력 협력 협상 가속화

이날 브리핑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안은 단연 한미 원자력 협력 협상이었다.

 

외교부는 농축·재처리 문제와 핵추진잠수함 연료 조달, 건조 방식 등을 포함한 협의를 연내 성과 도출 목표 아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협상 형식에 대해서는 “매우 신축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기존의 전면 개정 방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 의회의 비준이 필요한 한미 원자력협정 전면 개정보다는 별도 약정이나 행정협정 등 보다 유연한 방식의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정부가 “법적 완결보다 정치적 불가역성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연내에 모든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기보다, 향후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의 한미 간 정치적 합의를 먼저 확보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변수는 여전히 미국 의회다. 최근 미국 상원 내 국방수권법(NDAA)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확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행정부의 영향평가 보고서를 요구하는 견제 장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맹 강화와 핵비확산 원칙 사이에서 미국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정부가 공언한 ‘연내 타결’은 전면적 제도 개정보다는 공동성명이나 로드맵, 별도 약정 형태의 정치적 합의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팍스 실리카’와 경제안보 블록화… 한국의 선택은

이번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김진아 제2차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2차 팍스 실리카(Pax Silica) 서밋’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 국무부가 주도하는 AI·반도체·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체로, 첨단기술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안보 질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표면적으로는 공급망 안정과 기술 협력이 핵심 의제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중심의 첨단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성격이 강하다.

 

특히 미국이 추진 중인 핵심 광물 가격하한제(Floor Price) 논의는 단순한 시장정책을 넘어 경제안보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급 공세에 대응해 서방 진영의 공급망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복합적인 계산이 필요하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적 우산과 첨단기술 협력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경제적 비용과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북한군 포로 문제, 한·우크라이나 관계의 새로운 시험대

오는 30일 예정된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 회담 역시 주목된다.

 

외교부는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군 포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가 대한민국 헌법상 국민에 해당하는 만큼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전원 수용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한 자유의사에 반하는 러시아 또는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북한군 포로의 국내 이송이 현실화될 경우 북한, 러시아의 강한 반발 가능성이 존재하며, 동시에 우크라이나와의 안보·방산 협력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포로의 신변 안전과 가족 보호 문제까지 얽혀 있어 외교적 민감성이 매우 높은 사안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경고와 한국의 반박… 신냉전 구도의 단면

브리핑에서는 중국이 최근 한미·미일 확장억제 협력에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한 정부 입장도 제시됐다.

 

외교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확장억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미 확장억제 협력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도 완전히 부합한다고 설명하며 중국의 비판에 정면 대응했다.

 

이는 최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응해 북중러 협력이 더욱 밀착되는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