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채종환 기자 |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통한 주변국 관계 증진’ 기조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무대를 계기로 한층 입체적인 결실을 보았다. 한·미·일 3국이 전통적인 군사·안보적 결속을 넘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비롯한 첨단 기술과 경제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의 진화를 공식화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NATO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과 함께 올해 첫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전격 개최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3국 간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각서(MoC)’ 체결이다. 이는 단순한 선언적 협력을 넘어, 표준 노형(fleet) 도입과 계약 절차 간소화를 통해 다수의 SMR을 전 세계에 공동 건설하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담고 있다. 3국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을 지원하고, 수출 대상국의 자금 조달 및 역량 강화, 기술과 연료·장비 서비스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구조다.
정부가 추진해 온 핵심 국정과제인 ‘원전 생태계 복원 및 원전 수출 강국 도약’ 정책이 미국, 일본의 독보적인 원천 기술 및 자본력과 결합하면서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강력한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 장관은 이번 각서 체결을 크게 환영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원전 공급망의 핵심인 3국 업계 간 협력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경제안보가 3국 협력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원자력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미래 첨단 산업 전반에서 실질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이는 특정국의 자원 무기화나 경제적 강압 조치에 맞서 3국이 공동으로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날로 지능화되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책 역시 한 단계 진화했다. 3국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대응을 포함한 대북 정책 공조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주요 자금줄로 지목된 가상자산 탈취와 사이버 해킹 차단에 3국의 정보·공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초국경범죄 대응, 재난 구호, 인도적 지원은 물론 미래의 전략적 요충지인 북극 분야까지 가시적인 협력 방안을 발굴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조 장관은 “다양한 글로벌 도전에 직면해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삼각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루비오 장관과 모테기 대신 역시 이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실질 협력의 지평을 계속 넓혀가자고 화답했다.
글로벌 대전환기 속에서 한·미·일 3국의 공조는 이제 일회성 회담에 그치지 않고 제도화 단계로 완전히 진입했다. 세 장관은 향후 한미일 사무국의 역할을 적극 독려하여 이번에 도출된 분야별 협력 과제들을 상시 점검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겠다는 방침이다. 국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서 안보와 경제를 아우른 이번 3국의 밀착 행보가 향후 동북아 및 글로벌 정세에 어떤 이정표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