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랙 수요일’ 맞은 한국 증시, 양대 지수 5%대 동반 폭락… 약세장 진입 기로에 서다

"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한 삼성전자"… 반도체 피크아웃 공포에 외국인 '셀 코리아'
불난 집에 기름 부은 '레버리지 ETF'… 널뛰는 장세 속 수급 꼬임 심화
금리 인상 불안감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악재… "바닥 확인 전까지 보수적 접근해야"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채종환 기자 | 이틀 연속 거센 매도 폭풍이 몰아치며 국내 증시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 8일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지수는 나란히 5% 이상 급락하며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09.52포인트(5.35%) 주저앉은 7,246.79로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 역시 46.23포인트(5.56%) 폭락하며 10개월 만에 800선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원·달러 환율마저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반영한 하루였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폭락 장세가 단순한 단기 조정을 넘어,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 온 핵심 동력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며 발생한 ‘복합 위기’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올해 한국 증시의 거침없는 랠리를 이끌었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들의 추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2분기 무려 89.4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수준의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매서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매출 성장세가 시장의 한껏 높아진 눈높이를 채우지 못하면서, 월가를 중심으로 제기되던 ‘AI 수요 정점(피크아웃)’ 우려가 국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전이된 것이다.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주가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명분으로 거센 매도 폭탄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여기에 시장 내부의 구조적인 수급 불안이 낙폭을 더욱 키웠다. 최근 몇 달간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섹터 등에 베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크게 늘었는데, 이것이 하락장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지수가 꺾이기 시작하자 레버리지 상품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손실과 반대매매 우려가 기계적인 투매를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다시 주가를 짓누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 것이다.

 

대외적인 거시 경제 환경과 지정학적 불안도 투자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지표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위험 자산을 회피하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심리가 글로벌 펀드 자금의 '이탈'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코스피가 지난 6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9,385.59)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기술적 ‘약세장(Bear Market)’에 본격 진입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여전히 고점에 물려있는 레버리지 물량 해소 과정이 남아있어 당분간 극심한 지수 변동성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단기 낙폭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현재 지수는 기업들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훼손에 비해 과하게 밀려 내려온 측면이 있다"며 "대형 기술주를 둘러싼 피크아웃 논란이 어느 정도 소화되고, 외국인의 투매가 진정되는 시점에서는 기술적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의 방향타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섣부른 ‘바닥 잡기’나 무리한 빚투(빚내서 투자)는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금리 정책 동향과 다가오는 수출 실적 지표 등 주요 매크로 변수들을 차분히 확인하며, 철저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는 보수적인 시장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