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 서울 도착 “한미동맹의 새 장 연다.”

- 한국계 여성 최초 주한미국대사, 18개월간 이어진 대사 공백 해소
- 안보·대미 투자·관세·조선·원자력·AI·북한 문제 등 산적한 현안 조율
-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오늘은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김태연 외교부 출입기자 | 미셸 스틸(Michelle Steel·한국명 박은주)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7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공식 부임 일정에 들어갔다.

 

 

스틸 대사의 부임은 한미 외교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성 김 전 대사에 이어 두 번째이며,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주한미국대사에 임명됐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행정부가 임명한 첫 주한미국대사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스틸 대사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한국어로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오늘은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 자리에 다시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면서 “한미 간 철통같은 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축으로 계속 자리할 수 있도록 한국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관계로 발전시키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자신도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8개월간의 주한미국대사 공백 해소
이번 부임으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2025년 초 임기를 마친 뒤 약 1년 6개월 동안 이어졌던 주한미국대사 공백이 해소됐다.

 

그동안 주한미국대사관은 조셉 윤, 케빈 김, 제임스 헬러 등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한미 간 통상·투자 협상, 방위비와 확장억제, 조선·원자력 협력 등 양국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 늘어나면서 상임대사의 조속한 부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스틸 전 연방 하원의원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했다. 이후 스틸 대사는 6월 17일 미국 상원 본회의에서 찬성 55표, 반대 39표로 인준을 받았다. 미국 백악관 지명 발표와 미국 상원 인준 기록에 따르면 그의 지명과 인준은 한미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스틸 대사는 조만간 한국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외교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한미동맹 강화가 최우선 과제”
스틸 대사는 한국에 부임하기 전부터 한미동맹 강화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제시했다.

 

그는 7월 23일 미국 워싱턴 D.C.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상원 인준 이후 첫 공개 연설을 했다.

 

스틸 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국과 한국은 오랫동안 공유해 온 가치와 희생으로 맺어진 동맹”이라며 조선산업 협력을 통해 한미동맹이 새롭고 중요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미국 제조업과 조선업 투자가 양국의 상호 이익을 증진하고, 공정하고 호혜적이며 안정적인 무역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안보 중심이었던 한미동맹을 제조업·공급망·첨단산업을 아우르는 ‘경제안보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정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스틸 대사는 한국과 미국의 정치·사회·문화적 특성을 모두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민감한 현안에서 실질적인 접점을 찾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대미 투자와 관세 협상, 첫 번째 경제 과제
스틸 대사가 부임 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과제는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과 관세·시장 접근 문제다.

 

한미 양국은 반도체·배터리·조선·에너지·자동차·첨단 제조업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기업의 투자가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흥, 공급망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틸 대사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이 약속한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과 관련해 자금 조달 방식과 투자 대상, 집행 구조를 투명하게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미국에서 한국 기업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처럼 한국 시장에서도 미국 기업이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스틸 대사는 향후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양국 기업을 연결하며 투자 이행과 관세·시장 접근 문제를 조율하는 핵심 창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도 투자 약속의 구체화와 상호 시장 접근성 문제가 그의 주요 임무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경제 현안이 일방적인 압박이나 갈등으로 흐르기보다는 양국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호혜적 협력구조로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원자력·AI로 넓어지는 경제안보 동맹
스틸 대사의 임기는 한미동맹의 협력 범위가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와 첨단기술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는 시점에 시작됐다.

 

양국은 현재 조선산업과 해양안보,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원자력발전, 인공지능, 방위산업, 우주·사이버안보 등에서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세계적인 건조 능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스틸 대사가 부임 전 첫 공개 일정으로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것도 조선 협력이 트럼프 2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핵심 분야임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와 미국의 기술·에너지·방산 역량이 결합될 경우, 한미동맹은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공동 생산과 공동 연구, 공급망 안정까지 포괄하는 산업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과 확장억제 강화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한미 양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비한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핵협의그룹을 비롯한 양국 간 협의체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훈련,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핵·재래식 전력의 통합 운용, 사이버·우주 분야 협력 등도 스틸 대사가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력 확대, 핵연료 주기 관련 문제 역시 미국의 비확산 원칙과 한국의 안보·에너지 수요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민감한 의제다.

 

스틸 대사는 연방 하원의원 재임 당시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또한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지지하고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만큼, 대북정책에서도 억지력과 인권을 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 경험과 백악관 접근성이 강점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도 스틸 대사의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통적인 정부 부처의 절차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정치적 인사들을 중용해 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공화당과 트럼프 정치권에 폭넓은 인맥을 가진 스틸 대사의 영향력은 한미 현안을 워싱턴의 핵심 의제로 전달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가 백악관과 국무부, 상·하원, 한국 정부 사이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하느냐가 향후 대사직 수행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동시에 이해하는 스틸 대사와의 협력은 관세·투자·안보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정계 중심에 서다.
스틸 대사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후 일본을 거쳐 1970년대 중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페퍼다인대학교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위원과 오렌지카운티 감독위원을 지낸 뒤 202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해 2025년 초까지 두 차례 임기를 수행했다.

 

그는 영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와 함께 미국 연방의회에 입성한 최초의 한국계 여성 의원들 가운데 한 명이다. 지방정부와 주정부, 연방의회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 행정·재정·통상·입법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공식 약력은 주한미국대사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틸 대사의 임명은 개인적인 성공을 넘어 미국 정치와 외교에서 한국계 미국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 중대한 시험대
스틸 대사의 앞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동시에 관세와 투자, 조선, 원자력,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 방위산업 등 수많은 현안을 함께 풀어가야 한다.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연결된 시대인 만큼 어느 한 분야의 갈등이 다른 분야의 협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스틸 대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의 국익을 충실하게 대변하면서도 한국의 입장과 국민 정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균형 잡힌 외교력이다. 양국 간 이견을 공개적인 충돌로 키우기보다 실무 협의와 정상 간 소통을 통해 해법을 만들어내는 조정 능력도 요구된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고국 땅을 다시 밟은 미셸 스틸. 그의 역사적인 부임이 한미동맹을 더욱 강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미래로 이끄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