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감성 먹빛이 스며든 여백 위로 소박한 문장이 피어난다. 강경희 캘리그라피 작가의 이번 작품은 일상의 언어를 예술적 정서로 승화시키는 그녀 특유의 감각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업이다. 화면 가득 흐르는 “고마워요, 그냥 엄마니까”라는 문장은 단순한 문구를 넘어, 글자 자체가 감정의 숨결을 품은 하나의 조형 언어로 기능한다. 강 작가는 문장을 정형화된 서체에 가두지 않는다. 먹의 농담과 번짐을 그대로 살려 글자마다 다른 호흡을 부여하며, 획의 굴곡과 잉크의 번짐은 마치 말하지 못한 오랜 마음이 조심스레 드러나는 순간을 시각화한 듯하다. 이는 전통 서예의 수묵 표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글자’와 ‘감정’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강경희 작가의 대표적 표현 방식이다. 작품의 구성 또한 눈길을 끈다. 화면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에 서로 다른 문장을 배치한 구성은 부모와 자식, 혹은 누군가를 향한 두 개의 마음이 서로 마주보는 형국을 만든다.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감정을 머금은 ‘관계의 자리’로 기능한다. 강 작가는 이 여백을 통해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2026년 새해 첫날, 인사동에서 한국 전통이 새로운 방식으로 꽃을 피운다. ‘세화전 歲畵展’이 K-민화 패턴을 입힌 한복 모델 선발대회, 민화 특별전, K-민화 ‘초복招福·初服’ 패션쇼 등 국내 최초의 K-민화 융복합 문화축제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올해 주제는 ‘벽사초복辟邪招福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다’. 전통 민화의 소박한 미감과 한복의 우아한 선이 합쳐져 K-컬처 세계화의 새로운 문을 연다. “어서 오세요 초복” 전통 招福과 현대 初服이 만나는 새해 의례 세화전의 부제인 ‘어서 오세요 초복(招福·初服)’은 복을 부르는 전통의 서사와, 새 옷을 입고 새 출발을 맞이하는 현대적 의미를 동시에 품는다. 담화 이사장은 “민화 인구 20만 시대를 맞아, 민화와 패션을 결합해 글로벌 아이콘으로 만들 것”이라며 “세화전은 K-민화 한복으로 한 해를 가장 아름답게 여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K-민화 한복 모델 선발대회 “작가가 모델이 되고, 모델이 작가가 되는 시대” 이번 세화전의 핵심은 K-민화 한복 모델 선발대회다. 특별히 올해는 민화 작가의 작품을 실제 한복 디자인에 적용하는 신설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김지은 기자 | 융-아트 회원들의 기록과 감성의 땀방울이 작품으로 열매를 맺기를 벌써 21년이 흘렀다. 한 점 한 점 손을 벗어 날 때마다 희열과 보람을 느끼며 그렇게 융-아트전은 함께 다듬고 다져온 인연으로 보란 듯이 성장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스물한 번째 열리는 융-아트전은 개인마다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난국으로 삶도 어렵고 사회 전체가 몽롱하게 차단되어 있지만 이러한 닫힌 공간에서의 예술 활동은 너무 힘들고 답답하다. 그러나 더 넓은 무한의 경지에서 값진 땀을 흘려내는 것도 우리의 사명인 것이다. 예술은 고통과 정신의 억압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보면 이 난국도 우리의 운명인 것 같다. 좋은 생각을 담고 표현해가는 과정이 우리에겐 어렵고 힘들지만 이번 전시가 메마른땅에 숲을 가꾸듯 단절된 감성을 열어가는 크고 깊은 의미있는 융-아트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