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윤석열 대통령 "한일관계 함께 노력해 윈-윈 관계 되어야"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돼 '한일 관계 파국 일보 직전에 방치'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21일 "한·일 관계는 한 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며 "함께 노력해서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2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된다"면서도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일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고, 양국 정부 간 대화가 단절되었을 뿐 아니라 한일관계는 파국 일보 직전에서 방치되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2011년 12월 마지막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뒤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일본 정부가 2016년 출연한 ‘화해치유재단’도 불과 2년 만에 해체되었다"며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사건 판결은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등 경제보복으로 이어져 우리도 일본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고 우리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배제하는 등 역사 갈등이
경제 갈등으로 확산되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며 "친구 관계에서 서먹서먹한 일이 생기더라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계속 만나 소통하고 얘기하면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복원되듯이 한일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때로는 이견이 생기더라도 한일 양국은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며 "저는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관계의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며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양국의 경제와 안보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서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대통령은 "우리는 일본과 2016년 지소미아를 체결하였다가 2019년 8월 GSOMIA의 종료를 발표하고, 석달 뒤 다시 이를 보류하는 등 한일안보 협력마저 파행을 겪었다"며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북핵 위협의 고도화 등 우리를 둘러싼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며 "한일 양국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가장 가깝게 교류해 온 숙명의 이웃 관계라"고 강조했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도 양차 세계대전을 통해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면서 적으로 맞서다가 전후에 전격적으로 화해하고 이제는 유럽에서 가장 가깝게 협력하는 이웃이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일에 대해 우선 한일 양국의 경제계가 적극 환영하면서 그간 위축된 양국 경제교류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제가 이번에 일본에 가서 만난 재일 동포들도 그간 한일관계 경색으로 겪어온 어려움과 고통을 일거에 털어버릴 기대감에 동포사회가 축제 분위기라고 하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저는 우리 정부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본과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고자 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해야 한다"면서 "세계로 뻗어나가 최고의 기술과 경제력을 발산하고 우리의 디지털 역량과 문화 소프트 파워를 뽐내며, 일본과도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을 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한일 양국 정부는 각자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일관계의 정상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각자 스스로 제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1박 2일 방일 중 기시다 총리와 내각을 비롯해서 정계 조야 주요 인사들과 경제계 주요 기업인들을 다수 만났다"며 "모두 양국관계 개선에 따라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시너지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도 기시다 내각의 한일관계 개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 했고 게이오 대학에서 만난 미래세대인 학생들에게서도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에 부푼 모습을 보았다"며 "12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방일 정상회담에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그간 얼어붙은 양국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양국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외교, 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를 비롯해서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정부 간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할 것이며, 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도 곧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