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균형있는 실험적인 감각이 뛰어나 '한국을 이끄는 혁신 리더 작가'로 선정된 윤인자 작가의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회장 박복식) 기획 초대전이 인사동 인사아트프리자갤러리 1층 그랜드관에서 2월 28일(수) -3월 5일(화) 까지 열렸다.
윤인자작가의 작품은 사실과 추상, 과학과 영, 물질과 정신, 몸과 마음 등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형이상학의 입장에서 자연을 인간화, 다시 인간을 자연화 한다면 작품의 내용에 가까워진다. 인간의 지배를 받는 자연을 서양의 풍경이라 한다면 야생의 자연을 우리는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주었고, 근원이 되었고, 각자의 의미를 지닌 예술의 표현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 가치를 담고 있는 동양의 풍경화는 도가의 자연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작품의 제목마저 정령(精靈)이다. 영은 우리가 증명할 수 없는 기운이다. 그들만의 기운이 있다.
자연의 추상적 미감을 포착하여 생동력을 회화로 표현해 내는 작가의 작품은 올이 거칠고 굵은 수입 캔버스의 천을 뒤집어 사용하는 특이한 기법으로 작업을 하는데 여타 캔버스들보다 천이 두껍고 조직이 굵으며 촉감이 매우 거칠다.
이 캔버스 천의 뒷면은 기름을 많이 흡수할 수 있어 기름을 흠뻑 묻혀야 색감이 담백하게 표현될 수 있는데, 천의 질감을 많이 살릴 수 있어, 어떠한 주제를 차가운 색으로 그려도 그림 자체가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나무, 숲이라는 물질적인 공간이 아니라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자기 환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연이 ‘자연스럽다’에서 나왔듯,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이 아닌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현상이기에, 숲 작품은 우리가 인식되어 온 자연이라는 세계관을 지각하고 재현하는 방식과는 다른 결과로 다가온다.
작가의 작품은 아래에서 위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옮겨진다. 아래쪽 나뭇잎의 큰 붓 터치를 시작으로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겹겹이 쌓인 나뭇잎 뭉치가 아지랑이가 일 듯 아련하고 흐릿한 형태로 보인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보이는 가지가 없는 나무기둥은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듯 수직 하향을 한다. 나뭇잎들 사이의 색칠이 없는 특정 부분은 황모 캔버스의 거친 질감에도 불구하고 동양화의 여백처럼 남겨져 있다. 숲은 숲으로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삶의 영위를 위해 만든 군락이 되었다.
형식에서의 화려하고 강렬한 원색적 모노톤 색채보다는 숲속에 숨은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숲에는 동물, 식물, 심지어 사람까지 품어주는 혼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하려는 인간과 말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자연 사이에서 망설임없이 자연을 선택했다.
자연에 대한 정의를 오감으로 아는 감각적인 대상이 아닌 그 자체가 자발적으로 작동하는가에 있다는 자연주의의 말처럼, 자연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발현한다.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지 않아도 자연은 자발적 주체자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파장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스로 발현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제시하고자 했다.
가장 안정적이고 이상적이며 공존하는 자연, 그러면서도 그 속에 자신의 이야기와 우리들의 이야기, 윤인자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