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담화총사 칼럼] 역사 점령이 영토 점령보다 무서운 이유

- 역사는 곧 정체성이다.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역사는 개인의 뿌리이자 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역사를 잃거나 왜곡당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잃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잃는 것과 다름없다. 영토 점령은 물리적 경계를 넘어설 수 없지만, 역사 점령은 한 민족의 기억과 문화,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이는 정신적 식민지화를 초래하며, 세대를 넘어 지속적인 피해를 남긴다.

 

역사가 점령당하면 해당 국가의 주체성과 자긍심이 붕괴된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 시기에는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이는 단순한 영토의 점령을 넘어 민족 정체성을 부정하는 폭력적인 행위였다. 후손들은 자신의 뿌리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정체성을 잃은 민족은 다시 일어서기 어려워진다.

 

역사 점령은 정신적 전쟁이다. 영토 점령은 물리적이다. 한 국가의 지리적 경계를 변화시키고 그 안의 자원을 강탈한다. 그러나 이는 군사적 승리로 해결되거나 외교를 통해 복구될 여지가 있다. 반면, 역사 점령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점령국의 주장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들거나, 후손들에게 왜곡된 사실을 주입하면 진실을 되찾는 데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현대에서는 물리적 전쟁보다 정보와 역사 왜곡이 주요 전쟁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특정 국가나 민족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방식이 빈번하다. 이는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뿐 아니라 자국민의 자긍심과 통합성을 약화시키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역사를 지키는 것이 곧 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역사 점령을 방어하려면 민족사에 대한 자부심과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실된 역사 교육과 기록물 보존, 글로벌 커뮤니티를 통한 역사적 진실 알리기가 필수적이다. 영토는 군대로 지킬 수 있지만, 역사는 모든 국민의 집단적인 의식과 노력으로만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