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세훈 논설위원의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며...

최상의 정치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상대를 존경하는것
가장 이상적 정치는 다스림없는 다스림이요, 자연과 같은 다스림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양려진 기자 | 大上下知有之… 법화경에 이르길 “이 몸은 고기와 피로 덮여 있고, 뼈로 쌓아 올린 하나의 성곽, 그 안에 교만과 비방, 늙음과 죽음이 함께 머무르고 있다”고 법화경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자, 대한민국의 국격을 대표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레이트 등의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국빈방문 기간 중 윤대통령은 어김없는 설화로 또다시 문제를 일으 켰고 집권여당은 이를 방어하느라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대통령의 호기로 보기보다는 준비 안된 대통령의 직무수행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겁박 한 말 이 아닙니다. 이란을 “아랍에미레이트의 적”으로 규명한 발언의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와 이란 정 부의 외교문제로 이미 비화되고 있고, 현실적으로 이란과 중동에 머무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 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대통령 자신이나 대통령실, 집권여당에서는 대통령을 위한 잘못된 충성으로 자신안에 존재하는 비방과 교만을 직시하지 못합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는 이번에도 그렇듯이 남의 들보는 보면서 자신의 들보는 조금도 살피지 않는 무능하고, 비겁하 며, 자신의 잘잘못을 남 탓만으로만 돌리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런 모습은 법화경 에 나오는 말로 표현하면 “늙음과 죽음이란 단어로 이 정부를 표징 한다”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살면서 허망한 것들을 모두 좋아합니다. 잡을 수 없는 무지개를 좇아 뛰어다니고, 서쪽 하늘의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입을 닫고는 합니다.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이 사라지는 것을 구경하다 학교에 늦은 때도 있었고, 은빛 강물에 비친 달이 아름다워 친구와 함께 강둑에서 긴긴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허무하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 만, 허망한 것들은 죄다 아름다워서 마음이 현혹되기 쉬웠고, 잡힐 듯 멀어지면 절망하다 가도 다시금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일어났다가 앉았다 설치기를 반복합니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장주(莊周)가 어느 날, 나비가 되어 꽃 사이를 나는 꿈을 꾸게 됩니다. 잠을 깬 장주는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헷갈리지만, 이 이야기는 절대 경지에서 보면 꿈도, 현실도 구분이 없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불교에서도 인생을 헛된 꿈에 비유합니다.

 

사랑하는 이와 맺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몸부림치던 조신도 한 생을 다 살았으나 깨어보니 꿈이었다고 독백하지만, 그 진짜 같던 꿈도 깨지 않았을 때는 괴로운 삶의 하나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꿈이 너무 생생하여 가위에 눌리기도 하고, 울다 지쳐 깨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래서 『금강경』에서도 ‘모든 것들은 꿈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으며,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또한 번개 같으니, 이와 같이 관하라(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고 가르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반면에 ‘큰 꿈을 과연 누가 먼저 깨울 것인가 (大夢誰先覺)’라고 읊었던 『삼국지』의 제갈량은 ‘평생의 일을 내 스스로 알고 있었다(平生我自知)’라고 하며, 제갈량은 스스로 대몽을 이루지 못하고 죽을 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유비의 삼고초려에 함께 뜻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이는 구절도 있습니다. 『금강경』에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는 구절처럼 무상한 줄 알면서도 그 마음을 내어 살아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무상한 지를 잘 압니다. 또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감히 예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록 하늘과 땅은 오래되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낳고, 비록 해와 달은 오래 되었지만 날마다 그 빛이 새롭다’던 연암 박지원의 말처럼, 헛된 꿈인 줄 알면서도 다시 마음을 내어 오늘을 사는 것이 우리의 도리이고, 삶의 자세라 생각되어집니다. 이제 음력으로 기묘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강렬한 이기적 욕구에 시달리면서도 생명의 향기 풍기며 맑고 밝은 지혜의 빛을 향해 한걸음 걸음을 내디뎌 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치가들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기를 원하며, 국민들을 위하여 일을 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소위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부지런히 법령을 만들어 세우고, 엄격한 규율로써 나라의 질서를 똑바로 잡으려고 듭니다.

 

그러나, 최상의 정치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고, 상대를 존경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툼이 아니라 힘으로 누르고 지배하며 법치를 펼치는 정치가 최상의 정치는 절대 아닙니다. 노자의 가르침대로 가장 이상적인 정치는 다스림이 없는 다스림이요, 자연과 같은 다스림, 바로, 무위의 정치입니다. 따라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는 아래 사람들이 그가 있다는 사실만 아는 정치를 구현하는 것으로 소란한 정치가 아니라 바로 이런 무위의 정치를 계묘년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