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을 화해와 상생의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제주특별자치도와 몽골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일 오후 집무실에서 오돈투야 살단(Odontuya Saldan) 몽골 국가회복관리위원회 위원장(국회 부의장)을 비롯한 몽골 방한단을 만나 과거사 해결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낸 양 지역의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와 연대방안을 논의했다.
몽골 국가회복관리위원회 살단 위원장, 토골두르 간바타르 사무처장 등 8명은 4·3평화공원 및 4·3평화기념관을 벤치마킹하고 제75주년 4·3추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몽골 방한단의 제주 일정에는 주한 몽골대사관 자그다그 오운바타르 공사참사관과 한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송상교 사무처장, 김현준 기획운영관 등이 동행했다.
몽골의 공산화 및 민주화 과도기인 1921~1990년 사이에 국가폭력으로 민간인들이 대규모로 희생된 ‘대숙청’이 자행됐으며, 이를 조사·보상·교육하기 위한 국가회복관리위원회가 1990년 12월 대통령령으로 설립됐다.
1924년 군주제를 폐지하고 몽골인민공화국이 수립된 뒤 우파 추방을 명목으로 대대적인 당내 숙청이 강행됐다.
1930년대 몽골 최고 통치자로 친소련파인 처이발상이 부상하면서 관료, 정당지도자, 귀족, 일부 부족을 ‘반혁명 세력’으로 낙인찍고 특별권한위원회를 설립해 2만 명 이상을 처형했다.
또한 승려들에게 일본 간첩이라는 조작된 죄목을 씌운 ‘일본간첩단 사건(1939~1945)’으로 약 1만 7,000명의 승려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며, 전국의 767개 사원이 소실되거나 몰수당했다.
몽골 국가회복관리위원회는 희생자 3만 1,000여명 중 2만 7,000여명의 명예회복을 이뤄내는 등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유가족 1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1인당 약 50만~100만 투그릭(약 20만~40만 원선)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와 함께 사실 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념비 설립, 박물관 전시, 도서 및 전집 편찬, 다큐멘터리 제작 등 추모사업을 펼치고 있다.
위원회는 국회 부의장을 위원장으로, 국가위원회 서기, 대통령실 실장, 내각 및 재무부장관, 검찰총장, 대법원 형사재판소장, 국가정보원 국장 등 위원 9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살단 위원장은 “국가회복관리위원회 설립 이후 해외 벤치마킹과 협력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위원회뿐만 아니라 몽골정부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제주의 사례를 통해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고 있으니 많은 도움을 부탁드리며, 돈독한 협력관계를 다져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4·3과 유사한 아픔을 겪고 치유해 나가는 몽골은 1998년 ‘정치적 탄압 희생자들 복권 및 보상법’을 제정해 제주보다 앞서 보상을 진행하는 등 성과를 냈다”면서 “오랜 교류의 인연이 있는 몽골과 다양한 교류 협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는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진상조사를 기반으로 화해와 상생을 이뤄나간 것이 4·3문제를 풀어나가는 첫 단추였다”며 “국가도 보상과 명예회복 조치를 통해 국가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소개했다.
살단 위원장은 3일 제75주년 4·3추념식에 참석하며, 이날 오후 1시 30분에는 제주4·3평화공원에서 몽골 대숙청 특별전시회 개막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