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김학영 기자 | [새 이사진 선임 기자회견 발표문]
안녕하십니까.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규입니다.
지난 한달여간 저희 대한축구협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승부조작 가담자를 포함한 징계 축구인에 대한 사면은 그 취지가 어떻든 간에 옳지 못한 결정이었습니다.
비록 조치가 곧바로 철회됐다고는 하지만, 축구계 종사자들은 물론, 축구팬과 국민 여러분에게 큰 실망을 드렸기에 면목이 없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여러 의견도 듣고, 그 결정이 미칠 파급 효과 등을 깊이 살펴봤어야 하는데 신중하지 못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대한축구협회 이사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 드린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지난 4월초 부회장과 분과위원장 등 이사진 전원이 사퇴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책임이 큰 저 역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임기가 1년 8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협회를 안정시키고,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회장으로서 진정으로 한국 축구를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특히 천안에 축구종합센터를 건립하는 일은 한국 축구의 100년 대계를 위해 중요한 사업인 만큼, 기틀을 다져놓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협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집행부를 새로 구성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을 뵙고 요청을 드린 끝에, 조금전 배포해 드린 것처럼, 부회장 일곱 분과 분과위원장 일곱 분, 이사 11명까지 총 25명의 새 집행부 명단을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고 대한축구협회를 아끼는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주신 이사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이사진 개편을 통해 시도한 새로운 변화 중의 하나는, 상근 부회장 제도의 도입입니다.
그동안 저희 대한축구협회는 경기인 출신의 축구인이 전무 이사를 맡아 실무 책임자 역할을 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상근 부회장이 실무 행정을 총괄 지휘하는 형태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행정 전문가로 하여금 내부 조직을 하루 빨리 추스르고, 의사 결정 과정과 조직 문화, 홍보 등 협회 행정력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일선 축구 현장과의 연계는 선수 출신의 부회장님들과, 각 분과위원회에 포진한 위원장들께서 역량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상근 부회장으로 일하실 김정배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체육과 문화 행정을 맡아오셨던 분입니다.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협회의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이번 집행부 구성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영입함으로써 축구계 안팎의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는 것에 큰 목표를 두었습니다. 이사회가 축구계 인사들만이 아닌 축구를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확장형 구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는 한번도 포함되지 않았던 선수 대표를 선임했고, 전직 언론인, 기업인, 교사, 축구 해설위원도 영입했습니다.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잘 아시는 한준희 해설위원님을 홍보 담당 부회장으로 모셨습니다. 협회가 하는 일을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뿐만 아니라, 협회와 팬, 언론이 서로 소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오랫동안 여성체육 발전을 위해 일해오신 원영신 교수님도 부회장으로 영입해 여자축구의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한국프로축구 선수협회의 이근호, 지소연 회장은 선수 입장에서 협회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봅니다.
축구기자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았던 위원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님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협회를 바라보고 합리적인 조언을 해주실 것입니다.
현재 주식회사 쿠첸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계신 박재순 이사께서는 K리그 수원삼성 구단의 대표를 역임하셨습니다. 축구산업 발전을 위해 이바지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서울영등포공고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는 노수진 이사는 학생 선수들과 청소년의 편에서 저변 확대에 기여해 주실 것입니다. 여자 대학생 축구리그를 창설하기도 했던 전혜림 서울덕성여고 교사는 열성 축구팬입니다. 협회가 팬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도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일이 소개하지 못한 다른 이사분들도 훌륭한 능력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맡은바 역할을 잘 소화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새로 영입된 이사분들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보다 자유롭고 알찬 토론으로 협회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이는데 기여해 주시리라 예상합니다.
이사진 중에서 유임된 분은 일곱명입니다. 일부 분과위원장들의 경우, 임명된지 두달 만에 사퇴를 하게 되어서, 본인의 역량을 펼칠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또 몇몇 부회장은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유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사진 구성만으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사회가 축구계 종사자들만의 요구가 아닌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춰 신중하게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양한 시각, 균형잡힌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심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공유함으로써, 내실있는 토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심의안건 상정 소위원회’를 만들어서,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사안이 적절한지, 내용은 충실한지 심사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많은 비판과 질타가 있었습니다. 저희 협회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번 새 이사진 구성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새로 출범하는 저희 대한축구협회 집행부를 꼼꼼히 지켜봐 주시고, 때로는 칭찬을, 때로는 따끔한 질책도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