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진기 김인숙 류재영 박정란의 그룹전<Reflection>

- 거울, 수면 등에 비친 상, 그림자, 모습의 같은 주제로 각기 다른 작가의 시각에서 다양한 표현

외교저널(Diplomacy Journal) 김지은 기자 | 작가4인전 <Reflection>이 갤러리1898 3전시실에서 2024.1.24(수)~2.1(목) 까지 열린다. 26년 만에 다시모여 시작하는 그룹 전이라 작가들에게는 의미가 깊은 전시다.

 

우리가 보는 세계의 모든 대상은 빛이 있는 한 그림자를 만든다. 

다르게 말하면 그림자의 원형은 대상의 실체가 되고 빛이 있는 한 어떤 노력으로도 떼어 낼 수 없는

밀착의 관계를 이룬다.

실체는 반드시 그림자를 만들지만 그림자로 실체를 유추하는 감정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이 세계에서 사실 하나에 수많은 진실이 존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작가에게 작업은 아마도 그림자와 같은 의미일지 모른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란 실체 이면의 존재하는 세계의 그림자를 다른 모습으로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대상의 재현이란 문제에서 반영(reflection)은

보이지 않는 부분들까지 형상화해야 하는 아주 개인적인 성찰이나 사유의 문제로 인해

작가 개인마다 유사할 수는 있어도 일치할 수는 없다.

대상은 현존하는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빛이 변하면 그림자도 변하듯

작가의 시선이나 감정들로 변형되거나 왜곡되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그림자와 원형이 다르지 않다고 했고,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그림자를 살펴보라고 했다.

작가는 대상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세상의 진실과 마주하기도 한다.

 

실제와 현실, 인식과 재현이 갖는 차이를 찾아보는 시간이기를 바라본다.

 

 

‘reflection’ 이 갖는 많은 의미는 단순히 반 사와 반영이 아니라 비틀어지거나 왜곡되고 전도된 이미지나 색채와 Tone, 혹은 다른 재현방식을 떠올리게 했고 그것을 풀어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새로 인식하고 재조합한 이미지에서 오는 낯설고 다른 느낌을 담아 보았고 우리가 알고 있던 색감과 실루엣을 바꿔보면서 변형되고 달라진 진실이지만 누군가에는 절실하거나 꽤 심오한 사실이 되기도 한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공상'이나 '몽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면 dream, fancy, fantasy 등의 단어들이 따라나온다.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개방되어진 공간속에서 펼쳐지는 상상' 이라는 해석도 눈에 띈다. 아이때부터 애착인형이었던 바비인형은 사춘기 시절엔 나의 성적 판타지(sexual fantasy) 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되어주기도 했다. 바비와 바비의 남자친구 켄을 통해 사춘기 소 녀의 나르시시즘, 꿈이나 공상적 이미지, 성적 무의식과 판타지의 세계를 표현해왔던 나 의 작업이 reflection 이라는 전시 컨셉을 만났다. 사전적 의미만으로도 매력있는 단어이 다. 상상 속 공간을 연출하고 그 공간 속에서의 바비의 그림자를 통해 성적 무의식의 세 계와 판타지를 그려낸다.

 

 

서울 염창동 강변 안양천입구를 1년간 산책하며 빛과 시간,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자와 자연의 모습들을 담아냈다. 전체 이미지는 안양천위에 새벽이면 드리워지는 물 그림자를 표현했고 , 12개의 이미지는 각각 1월부터 12월까지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같은 장소, 같은 생명에서 보이는 다른 느낌들을 매번 감탄하며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은 나의 1년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한동안 내 작업은 미로(maze)에서 시작한 몽상(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맡기는 상태) 작업이었다. 이제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서 보고 있지만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고, 다가갈 수도 없 는 대상을 선택했다. 그 첫번째로 달은 낮에도 하늘 위에 떠있다. 단지 밝은 해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조금 만 눈 여겨 보면 낮에도 보이고, 밤이 되면 그 빛을 발하며 밝게 비춘다.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며, 마음의 무거움을 진정시켜 평화롭게 만들지만, 다시금 공허함과 어두운 그리움을 부르기도 한다. 슬픔이 불쑥 연속으로 찾아온 것처럼, 아직도 몸과 마음은 어둠을 이끌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나를 괴롭히며,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만든 원동력이 될 만큼. 어둠과 슬픔은 감출 수 있지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덮어지고 숨어 있을 뿐. 이젠 그 위에 하나씩 빛으로 채우려 노력하려 한다. 반짝임이 진짜가 아니더라도 진짜인 것처럼 보이고, 그렇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