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발전과 균형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세훈 논설위원 | 삼성전자가 내년 ‘HBM4’ 경쟁에서 로직설계의 우위를 바탕으로 HBM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올해 2분기 매출이 2022년 이후 8분기만에 처음으로 TSMC의 2분기 매출인 28.5조원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HBM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중인 커스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뜻하는데 삼성전자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주요 고객들과 다양한 형태의 커스터마이징 협력을 진행 중"이라며 "HBM4 시대에는 커스텀 HBM이 현실화될 예정"이라고 발표한바 있습니다. "커스텀 (HBM)은 PAA(성능, 파워, 면적) 측면에서 다양한 옵션과 기존 제품과 다른 상당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실례로 HBM D램(코어 다이)과 고객 맞춤형 로직 칩의 3D 형태 적층은 (반도체의) 전력과 면적을 크게 줄일 수 있다"합니다

 

삼성전자가 이날 소개한 커스텀 HBM은 시스템온칩(SoC) 위에 HBM을 실장하는 3D 형태이며, 이 방식을 통해 SoC와 HBM을 결합하면 인터포저와 베이스다이가 불필요해 전력과 면적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기존 AI 반도체가 연산을 위해 SoC→인터포저→HBM 간 데이터 이동이 필요했다면, 커스텀 HBM에선 SoC→HBM 간 데이터 이동을 통해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터포져’라는 지하연결구간 같은 중간 과정이 생략된 만큼 면적과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 A100과 H100, AMD MI325X 등 HBM을 탑재하는 AI 반도체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삼성전자의 비밀병기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작은 반도체 하나가 사용하는 전력량을 줄여 세계의 AI산업을 지배하게 되는 상황은 이제는 우리에게 있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인류는 BIG DATA와 인공지능부문에서 매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돌을 하나의 사냥수단으로 사용한 이래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시장을 계속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그리 놀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2022년에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기존의 에너지 공급망을 붕괴시켰습니다. 기존의 공급망은 러시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와 전력이 파이프를 통하여 유럽으로 공급되는 시스템이었는데, 전쟁과 함께 러시아는 이들 운송망을 통한 공급중단조치를 단행했고, 주요 구매 국가이며 수요국가인 유럽 각국의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게 되었으며, 이와 연관된 다른 에너지원 중 하나인 암모니아 등으로까지 수요이전과 함께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요 원자재의 연쇄 상승이라는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들 국가는 원료가 필요 없는 신재생에너지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시설확장을 통하여 에너지원의 부족을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만, 새로운 전력원의 생산시설 확충과 BIG DATA와 AI로의 산업이전은 더 많은 전력과 그를 구성하는 실리콘등 가공 부품을 필요로 하게 됨으로써 더 많은 전력과 여러 부품의 재료로 태양광 패널의 원재료로서의 실리콘과 전선의 재료가 되는 기초광물인 구리(동)의 가격 역시 급상승하게 되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각종 제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혀 모른다는 점입니다. 또다른 하나는 이러한 생산 또는 제조시스템을 한사람이 도맡아 하거나, 더 나아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한 Milton Friedman은 계획경제를 주장한 소련의 경제학자들의 주장, 당 중앙위원회에서 경제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이를 통해 반격한바 있습니다.

 

1958년 경제학자인 레너드 리드(Leonard Read)가 쓴 유명한 “나 연필”이라는 에세이가 있습니다. 이 에세이의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의 연필을 만들어 내는 전과정을 소개한 책으로 오늘날 삼성전자가 만들어 내는 HBM4의 생산과정도 이를 계기로 돌아보면 좋으리라 봅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납 연필(lead pencil)”이라고 에세이는 시작합니다. 나무로 된 보통 연필로서, 읽고 쓸 줄 아는 모든 어린이와 어른에게 친숙한 물건이며, 쓰는 일이 내 직업이자 취미이며, 그게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라 설명하면서 내가 왜 내 출생 연원을 밝히려고 하는지 의아해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면서 우선 자신의 얘기는 재미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다음에는 미스터리(mystery)라 하면서 그런데 슬프게도, 사용자들은 나를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저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어도 그만이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알 필요도 없다는 듯이 말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깔보는 태도가 나를 흔한 물건의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말았고, 이런 통탄스러운 오해와 곡해(error)에 갇혀 있는 한 인류는 머지않아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당대의 현자인 G. K. Chesterton이 관찰했듯이, “우리 인간들은 지금 상상조차 하기 힘든 멋진 물건들(wonders)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경이로움(wonder)을 잃어버려서 멸망의 길로 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하 중략)”

 

리드는 에세이에서 오늘날 미국에서만 연필이 연간 15억개나 생산되고 있는 판국에 연필 생산과정의 전모를 알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서 살펴보라고 권합니다.

 

연필은 목재, 라커 칠, 인쇄된 라벨(labelling), 흑연 납, 지우개와 철 금속 깎지, 그런 것들 말고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지? 반문하면서 설명을 해 나갑니다. 내 족보의 시작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오레곤 주에서 자라는 나무 결이 곧은 삼목(cedar) 나무이고, 삼목을 켜는 톱과 목재를 거두어서 기차역까지 운반하는 데 사용된 트럭, 밧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어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톱, 도끼, 트럭, 모터, 기어들과 밧줄을 생산해 내기 위한 광물을 캐고 철을 만들고 제련하는 일, 밧줄의 원료인 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모든 단계와 과정, 그리고 침대와 작업실이 딸린 벌목 캠프를 짓고, 캠프에서 사용할 음식 식기를 만들고, 각종 식물을 재배하는 일에 참여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재주(skills)를 생각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제 목재는 캘리포니아의 싼 레안드로로 운반되며, 목재는 무개차 차량과 철도를 이용하여 운반되는데 이때, 이용되는 기차를 만든 사람들을 상상인들 할 수 있는지, 열차에 장착된 통신장비를 건설하고 설치한 사람들은 또 어떻고. 이 군단(legion)의 사람들이 다 연필의 선조라고 주장합니다.

 

싼레안드로에서의 목공작업에 대하여도 설명하는데 삼목 목재는 작은 그리고 두께가 1/4인치가 좀 안 되는 연필 길이의 판목으로 잘라지고, 이것들은 가마에서 건조되고 칠해지게 되는데 여자들이 얼굴에 연지를 칠하듯이 사람들은 내가 윤기 없는 하얀색이기보다는 예뻐 보이기를 원하니까, 판목에 왁스칠을 한 다음, 가마에서 다시 건조를 시키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였는데 이때도 물감과 가마를 만드는 일과 열과 전기, 벨트, 전기모터, 그 밖에 목재소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공급하는 일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재주가 동원되겠냐고 설명합니다. 목재소에 전기를 대주는 태평양가스전기회사 수력발전소 댐을 건설할 때 콘크리트를 부어 넣은 사람들도 연필의 조상이라고 합니다.

 

드디어 가공된 판목들이 연필공장에 도착하게 되는데, 연필공장은 4백만 달러나 되는 기계설비와 빌딩으로 이루어진 공장이며, 이 자본들은 연필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기여한 수 많은 사람들의 저축이 축적된 결과라 설명합니다.

 

이 공장에서 판목 하나하나가 복잡한 기계를 거치면서 8개의 홈이 파진 판목으로 바뀌게 되고, 그 다음에는 다른 기계가 하나 건너, 하나 마다 판목에 납 연필심을 내려놓고, 접착제를 발라서 다른 판목위에 겹쳐 놓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납 연필심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오기는 마찬가지이며, 그 속에는 납은 없지만 흑연은 실론(스리랑카)에서 채광되어 이곳 연필공장에 오게 되는데 흑연을 채굴하는 광부, 이 광부들이 사용하는 각종 도구, 흑연을 담아 운반하는 종이 포대, 그리고 이 포대들을 묶는 줄을 만든 사람들, 포대를 배까지 운반해 선적하는 사람들, 선박을 건조한 사람들을 생각해라 지적하며, 항로상의 등대지기, 그리고 항구의 행해관제사도 다 연필을 출생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흑연은 미시시피에서 퍼온 진흙과 혼합되게 되고, 이 과정에서는 수산화 암모늄이 사용되며, 동물성 수지 용제도 첨가되며, 여러 기계를 거쳐 나온 이 혼합물은 최종적으로 쏘시지 분쇄기에서 나온 사출물 같은 형태였는데, 이는 사이즈에 맞게 잘라지고 건조된 다음, 화씨 1,850도에서 여러 시간을 구워 내게 됩니다. 강도와 부드러움을 더하기 위해 납은 다시 뜨거운 혼합물로 처리되고, 이 혼합물에는 멕시코에서 온 칸델리일라 왁스, 파라핀 왁스, 경화된 자연지유가 섞이게 됩니다.

 

또한, 삼목에는 6차례의 래커 칠을 하게 되는데, 래커의 성분은 아주까리 열매이므로 아주까리 기름의 정제자 역시 연필 생산에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연필 라벨의 경우에는 필름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은 잉크 원료인 카본블랙에 수지를 섞어 만든다고 제시합니다. 카본블랙은 내 연필에 달린 작은 금속으로 쇠테는 구리이므로, 아연과 구리를 채광한 사람, 이것을 빛이 나는 얇은 박판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쇠테에 있는 검정 반지 같은 것은 검정 니켈이라 설명해 줍니다. 이제 연필의 마지막 공정인 지우개를 설명하면서 이를 우리는 “훽티스”라고 부르는데, 이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평지의 씨 기름(rapeseed oil)에 염화 황을 반응시켜 만들며, 고무는 죄어 묶는(binding) 목적으로만 사용되는데, 고온에서 가황처리를 하고 속성시키는 물질들이 있으며, 경석(속돌)은 이태리에서 오고, “마개”에 색을 내주는 색소는 카드뮴 황화물이 사용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설명함에 있어 가장 놀랄 일은 어떤 총감독(Master Mind)이나, 총지휘자 없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누구도 내가 태어나게끔 만든 이 무수한 행위들(countless actions)을 전반적으로 지휘하거나 강제로 명령한 사람이 없는 대신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작동을 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예컨대 분자의 어떤 구성(molecular configuration)이 나무의 모습을 띠게 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적들의 복합물(complex combination of miracles)이라는 설명을 추가로 합니다. 나무, 아연, 구리, 흑연, 등등 이런 자연(Nature) 속의 기적들에 더 어마어마한 기적이 보태 져야만 하는데 그것은 창조적인 인간 에너지의 엮여 짐(configuration of creative human energies), 즉 수백만 개의 아주 작은 노하우가 인간의 필요와 욕구에 대응하여 또 어떤 인간에 의한 총지휘(human masterminding)가 없는 가운데 자연적으로, 자생적으로 엮여지는 그 기적을 지적합니다.

 

레너드 리드는 만일 어떤 사람이 이런 노하우들이 자연적으로, 자동적으로 저절로 얽히고 설키어서 인간의 필요와 수요에 부응하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패턴들(creative and productive patterns)을 구성해낸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때 그 사람은 자유의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요소(absolutely essential ingredient for freedom), 즉 자유인에 대한 믿음(faith in free people)의 소유자가 될 거라는 말을 강조하여 합니다. 그러면서 레너드 리드는 모든 창조적 에너지를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고, 이 교훈에 어울리게 사회를 조직하고, 사회의 법적 장치(legal apparatus)가 모든 장애물을 최대한 제거하게 하며, 창조적 노하우들(creative know-hows)이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허용해서, 자유인들이 “보이지 않는 손”에 대응하라는 믿음을 우리보고 가지라고 알려 줍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만은 “나, 연필”에 대하여 격찬하였고, “나, 연필,” 1976년판에 덧붙인 그의 후기를 오늘은 인용해 살펴봅니다. “레오나드 리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나, 연필”은 이제 고전이 되었습니다.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렇게 간명하게, 설득력 있게, 효과적으로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분산된 지식과 정보의 전달수단으로서의 가격시스템의 역할의 의미를 잘 묘사해 준 문헌은 아직껏 본 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연필을 만드는 과정에 관여된 수천명의 사람 중 누구 한사람도 연필이 필요했기 때문에 각자의 일을 수행한 것이 아니며, 이들 중 어떤 사람들은 평생 연필을 본 적도 없고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알지도 못한다고 전제합니다. 각자는 그저 자기의 일을 자기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삼았을 뿐이며, 우리가 문방구에 가서 연필을 살 때, 우리는, 말하자면, 우리 각자의 서비스를 결과적으로 연필 생산에 관여한 수천명이나 되는 사람들 각자의 서비스와 교환하는 셈이라 설명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연필이 생산될 수 있었다는 사실 바로 그것인데, 아무도 중앙통제실에 앉아서 이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며, 군대나 경찰도 강제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람들은 여러 나라에 살고 있고, 다른 언어를 쓰며, 종교행태가 다르고, 심지어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점의 어떤 것도 이들이 연필의 생산과정에서 서로 협력하지 못하도록 방해하지 않았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200년전에 이미 우리에게 답을 주었다 주장합니다.

 

“나, 연필”은 레오나드 리드의 전형적인 창작물로, 상상력으로 가득차고, 단순하지만 미묘하며, 레오나드의 저작이나 그가 했던 모든 것에 깃들여 있는 자유에 대한 사랑을 고취하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그의 다른 저작에서 늘 그랬듯이, 그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든지,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하는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에 대하여, 자신이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시스템에 대하여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이 그의 기본적인 신조였습니다. 그가 평생 일반대중을 위해 봉사하면서 간직했던 신조였고, 어떤 압력이 와도 그는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였습니다. 인간의 자유는 사유재산권, 자유경쟁, 그리고 엄격히 제한된 정부(severly limited government)를 필요로 한다는 그의 기본사상을, 그의 말이 수용되기 어려웠던 시기에도 살아남았고, 오늘날에 와서 그토록 효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게 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을 배우고 있지만, 어떤 경제학 교과서도 이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실소를 머금게 합니다. 아담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아담 스미스가 발견하고 묘사하고 전파한 시장의 근본적인 작동원리와 메커니즘을 소개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있는데,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남기게 됩니다.

 

저명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 이후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시장이 사라졌다.”고 로날드 코우즈(Ronald Coase)는 지적합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가 시장의 작동원리이고 메커니즘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오늘날 경제학교과서에서 시장 그 자체에 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오늘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시장 실패이론입니다. 시장이 무엇인지? 어떻게 기능하기에 그리도 놀라운 결과들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예 버리고 이제는 시장의 불완전성을 부각시키기 바쁜 셈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경제학 교과서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시장실패의 교정을 목적으로 삼는 정부개입의 필요성과 방법론에 관한 얘기들로 꽉 차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시장을 깊이 있게 이해시키고 이에 기초해 시장경제를 주창하면서 정부의 역할의 적정선을 설정해 주어야 할 경제학이 정부역할의 확대와 정부규모와 영향력의 팽창만을 일방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면 이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의 교훈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는 게 아니고 무엇일지 반문해 봅니다.

 

중국외교부에 오랜 기간 고위 직으로 재직했던 지인으로부터 전기동과 구리 광석 그리고 정제된 금이 아닌 금정광의 구매요청이 있었습니다. 구매회사는 증권시장에 상장한 회사였기에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지역에서 광산을 소유하고 이들 원자재를 공급하는 일을 하는 지인에게 알려 공급과 구매가 가능하도록 중재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샘플을 보내어 성분조사를 하고, 구매 스펙에 맞으면 직접 광산과 공급원자재 실물과 물류시설을 검증합니다. 이처럼 이들이 구매를 원하는 원자재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활력을 불어넣게 됩니다. 이 전환은 세상을 이산화탄소 발생의 주요원인인 석탄으로 밀어붙이는 식의 전환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중동의 산유국이나, 러시아, 미국과 같은 산유국으로의 의존을 더욱 심화시킬뿐입니다.

 

우리가 지난 2년전 경험한 코비드 팬더믹 대비책 어디에도 언급된 바 없지만, 붕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코로나 19의 백신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과정의 핵심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붕소는 화산활동이 활발하고 건조기후를 가진 극히 드문 장소에서만 발견됩니다. 전 세계 붕소의 1/3이 튀르키에에 매장되어 있고, 캘리포니아 사막과 러시아 일부에 있습니다. 붕소원소가 염(鹽)으로 치환되어 만들어진 붕산 염은 비료의 원료가 되고, 종자발달과 작물 수확에 도움을 줍니다. 벌레와 곰팡이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지키기도 합니다. 강철에 붕산 염을 첨가하면 강도가 더 좋아집니다. 수영장에 뿌리면 물의 산성을 낮추고, 조류예방을 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월마트, 애플, 테슬라, 구글 같은 회사보다 우리는 물질회사인 CODELCO(코델코), SHAGANG(샤강), CATL(칼트), WACKER, TSMC, ASML를 알아야 하며, 어쩌면 비물질회사보다 이들 물질회사가 비물질회사의 발전을 유지하게 하는 더 중요한 회사들임을 알아야 만합니다.

 

즉, 자원이 국력이고, 자원은 미래 국가번영의 핵심자산이 되는 세상이 이미 도래하였습니다. 포항 앞바다에 확인되지 않은 석유 매장량에 흥분하지 말고, 화석연료를 벗어나려는 세상의 변화에 주의 깊게 관찰하고, 빠르고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확보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미래사회를 위한 전력수요증가와 배터리 등은 바로 물질세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이 융합되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새로운 산업군을 형성하면서 발전하게 되는데 이들은 때로는 희귀하거나 때로는 보편적인 물질인 자원들이 바로 현대사회 산업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변화 역시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