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쿠바 수교’ 막전막후, 국무회의 극비 상정

- 쿠바와 수교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의결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존영 기자 | 정부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쿠바와 수교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미국 뉴욕에서 쿠바와 수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보안을 지키기 위해 국내에서도 관련 절차를 극비리에 진행시킨 것이다.

 

 

15일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렸다. 국무위원들은 서울과 세종의 국무회의장에 나뉘어 앉았고, 두 회의장은 화상으로 연결돼 있었다.

 

쿠바와의 전격적인 수교 배경에는 지난 약 2년 간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물밑 작업과 극비 절차 등이 있었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3차례 접촉을 하고, 국무회의 안건 상정 사실도 다른 모든 국무위원들에게 비밀에 부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쿠바와의 수교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고, 그동안 한국 외교의 오랜 숙원이자 과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상당히 많은 노력을 오래 기울여 온 문제"라며 "금번 수교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 출범 이래 국가안보실과 외교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들의 긴밀한 협업, 다각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작년 한 해만 해도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번의 접촉을 했다"며 "그동안 수교 교섭을 우리 멕시코 대사관을 통해서 했는데 주멕시코 대사도 쿠바를 방문해서 당국자들과 협의를 가진 바 있고, 그외 국·과장급 실무진에서도 여러 번 쿠바 측과 접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다른 국무위원들은 착석한 뒤에야 쿠바와의 수교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조 장관은 국무위원들에게 ‘14일에 수교가 이뤄질 것이며, 그때까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번 사안에서 기밀성을 특히 중시한 것은 북한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돌발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쿠바는 북한과 '형제국'이라고 불릴 만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 관계자는 "쿠바는 북한과 아주 오랜 기간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은 우방 국가고 언론에서 '형제국'이라고 표현한 기사들을 봤는데 맞는 표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교는 북한에게 상당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14일) 양국 주유엔 대표부는 미국 뉴욕에서 외교 공한公翰 교환을 통해 '한국-쿠바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는 향후 쿠바 정부와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후속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쿠바는 중남미 공산국가로 인구는 약 1120만명이다. 쿠바는 과거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하긴 했지만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을 계기로 한국과 교류하지 않았다. 공산혁명 이후 반미(反美) 기치를 내걸었고 1960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