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주 개인전 - 토끼풀 군락

갤러리 라메르에서 7월 1일까지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전득준 기자 | 가치가 인정받는 결과 중심주의사회가 아닌 그 노력과  과정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생태계와 순수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담론을 화폭에 담아내는 강해주 개인전 - 토끼풀 군락  전시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제5전시실에서 7월 1일까지 일리고 있다.

 

 

 

토끼풀은 약하지만 강한 군락을 지어 생존한다. 토끼풀이 자신의 정체성과 생존을 위해 군락을 이루고 사는 것처럼  사회적 동물로서 나는 사회적 생태계라는 군락에 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의 정체성 확립을 강요받고 있다. 작가는 각가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토끼풀 군락과 인간 사회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해 봤다.  

떼어 내다- 우리는 결과 중심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과정은 부산물 취급을 받을 뿐이다. 생물들이 살아 있을 때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던 것들이 상품화될 때는 부산물 취급을 받는다. 나는 나를 사회화 할 때 나에게서 상품화 할  .수 있는 것만 떼어내어 정체성화 해야만 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토끼풀 꽃을 탈색된 흰색처럼 표현했고 그 중에서  줄기와 잎은 빼고 토끼풀 꽃만 따로 떼어내어 상품화했다.  

 

 

 

떼를 짓다- 떼어낸 꽃그림은 다시 여러 개의 작은 그림들로 군락 짓게 했다. 나의 상품화된 토끼풀 꽃 모음 그림들은  내 자신의 표면적 정체성, 이념, 사상, 종교, 권력, 경제적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체성의  .범주에서 안주하는 것만큼이나 동시에 우리의 자유를 상실한다. 떼어내고 남은 그림은 마치 추수가 끝난 황량한  대지 같고, 나는 그 그림을 더 사랑한다.  

 

 

 

떼를 쓰다- 지금 우리 시대는 슬프고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밝고 가벼운 색채로 재미있고 예쁘게 그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감성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감성적인 시각을 위해서는 순간적인 느낌에  충실해야 하며 즉흥적, 비연속적, 비분석적, 비논리적, 비 양식적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는 마치 우리의 미각이  가공 식품에 길들여진 것처럼 이런 논리에 의해 탈색된 이미지와 이를 바라보는 길들여진 가공 시각만이 존재한다.  모든 가치가 바코드화 되고 흉기화 된 문명 속에서 살고 있으며 질이 없는 양을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시대이념이라 떼를 쓰고 있다.  

 

 

 

 

팝아트 화가들이 표현한 비개성화 된 인간 이미지가 결국은 새로운 인간상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인 것처럼, 작가는  토끼풀 군락 그림을 통해서 상품화될 수 있는 것들만이 가치가 인정받는 결과 중심주의사회가 아닌 그 노력과  과정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생태계이기를 소망하며, 우리의 순수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담담하게 화폭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