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전득준 기자 | 평면 캔버스 회화의 해체를 통해 다차원적인 공간을구축하는 회화를 추구하며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 한국회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이며, 천재적인 화가로평가되는신성희(1948-2009)의개인전<꾸띠아주,누아주>가갤러리현대(서울종로구)55주년 특별전으로 2월 5일부터 3월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기존 회화의 본질에서 벗어나 회화의 혁신과 천재성을 보여주는 누아주 기법의 창시자인 작가의 이번 전시에는 신성희 작업 세계의 정점인 '누아주(엮음 회화)' 시리즈를 중심으로 10년 주기로 작업 세계에 큰 변화가 있었던 작가의 40여 년의 예술 여정을 회고할 수 있는 중요 작품 32점이 전시되었는데,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공심(로서)> 3부작(1971)과 더불어 작가 작업의 절정기인 1990년대부터 작고한 해인 2009년까지의 주요 작업들이 최초 공개되었다.
신성희 작가는 "공간은 나로 하여금 평면을 포기하게 한다. 찢겨진 그림의 조각들은 나의 인식과 표현의 대상이 죽었다는 것의 증거물이다"고 표현히고 있으며, 그는 평면의 문이란 제목의 작가노트에서 "누워있는 것은 죽은 것이다. 우리들을 일으켜 세워지기 위하여 접고 중첩되어졌다"면서, 질감과 양감을 통해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했다.

신성희의 회화 세계는 크게 네 시기 '마대 회화(극사실 물성 회화)시리즈(1974-1982),'콜라주(구조공간)'시리즈(1983-1992), '꾸띠아주(박음 회화)'시리즈(1993-1997), '누아주(엮음 회화)' 시리즈(1997-2009)로 분류된다.
실제 마대 위에 마대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마대 위에 얽힌 물감 덩어리로서의 실상과 마대처럼 보이는 허상을 동시에 지각하게 했던 마대 회화' 시리즈, 과감한 색으로 채색한 판지를 찢어 콜라주 하며 화면을 직조해 간 '콜라주' 시리즈,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재단하고 그것을 박음질로 이은 '꾸띠아주' 시리즈, 그리고 잘라낸 캔버스 색 띠를 틀이나 지지체에 묶어 유연한 평면과 기하학적 입체 공간의 통합을 이룬 '누아주' 시리즈로 신성희의 작품세계는 확장됐다.
질감과 영감통해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콜라주 작업과 캔버스를 박음질로 이어붙이는 등 독창적인 양식으로 가장 한국적이면서 대담하게 서구적인 면을 절묘하게 어우러지게 표현해낸 신성희작가의 작품은 모노크롬 계열의 화면을 추구하는 듯하면서도 정신성이 강조된 추상 회화가 아닌 극사실적으로 실재의 마대에 마대를 그리며 실재와 허상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새로운 회화를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