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사칼럼] 낭중지추囊中之錐 “말의 시대에 행行을 잃은 정치”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요즘 국회를 보면, 참으로 “소리가 넘치고 실천이 부족한 시대”임을 실감한다. 회의장은 연일 고성으로 가득하고, 카메라 앞에서는 정의와 개혁을 외치지만 정작 국민의 삶을 바꾸는 행行은 보이지 않는다. 불교에는 이런 말이 있다. “많이 아는 이는 많으나, 아는 바를 바로 쓰는 이는 적도다.” 지식은 넘치지만 지혜가 없고, 힘은 있으나 자비가 없으며, 말은 요란하지만 실천이 없는 것이 오늘의 정치다. 진짜 송곳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 힘이 아니라 자비, 말이 아니라 행行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란 주머니 속 송곳처럼 감추어도 그 끝이 드러나는 진정한 실력과 인품을 뜻한다. 옛 선비들은 벼슬이 없어도 도리를 지켰고, 이름을 드러내지 않아도 향기는 스스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오늘의 정치권에는 그런 송곳이 없다. 말의 송곳은 많고, 행동의 송곳은 사라졌다. 누가 더 소리를 크게 지르는가가 능력이 되고, 누가 더 상대를 헐뜯는가가 경쟁력이 되어버렸다. 진짜 송곳은 소리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막힌 현실을 뚫어 국민에게 길을 열어주는 존재다. 정치는 다름의 예술이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