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범죄 소굴의 나라, 캄보디아] 제3편 외국인 관광객의 안전은 어디에 있는가?

- “미소의 나라에서 공포의 나라로”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캄보디아는 한때 ‘천사의 미소’로 외국인을 맞이하던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 그 미소는 차갑게 굳어 있다. 아름다운 앙코르와트와 에메랄드빛 해안선 뒤에는 외국인을 노리는 범죄조직의 손아귀가 도사리고 있다.

 

 

한국인 대학생의 피살 사건은 단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관광국가’라는 이름 뒤에 숨은 체계적 방임의 결과였다. 관광의 탈을 쓴 범죄시장 현지에서는 관광 산업의 붐과 함께 ‘보이스피싱 캠프’, ‘온라인 도박센터’, ‘인신매매 알선소’가 번성했다.

 

이들은 정식 기업으로 위장하거나, 리조트·오피스텔 형태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감금한다. 신분증과 여권을 빼앗고, 거부하면 폭행하거나 협박한다. 이른바 “관광의 탈을 쓴 인신매매산업”이다. 최근 국제인권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에는 최소 50여 개 이상의 국제범죄 조직이 활동 중이며, 그중 일부는 경찰·군·지방 관리와 직간 접적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

 

‘치안국가’를 자처하지만, 그 실상은 범죄를 눈감는 국가, 혹은 범죄를 통해 이익을 얻는 국가다. 외국인 관광객의 생명,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캄보디아 정부는 언론에 “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라 말하지만, 그 말 뒤에는 실질적 조치가 없다.

 

범죄 피해자가 외국인일 경우, 사건 접수조차 지연되거나 묵살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경찰이 신고를 받으면 ‘서류를 기다리라’고 하고, 외교당국은 ‘현지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며 뒷걸음친다. 결국 피해자는 고립된 채, 자국도, 현지도 믿을 수 없는 무법지대에 던져진다.

 

한국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여행 경보는 그대로였고, 안전 공지는 뒤늦게 게시되었다. 매년 수만 명의 한국인이 캄보디아로 향하지만, 누가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가. ‘관광 안전협약’은 형식일 뿐, 실제 구조와 지원은 여전히 불통의 벽 뒤에 있다.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 이제는 외면이 아니라 압박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 내 범죄조직을 방조하거나 비호하는 행태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외국인 납치·감금 사건이 반복되는 한, 캄보디아는 더 이상 안전한 관광지로 홍보되어선 안 된다.

 

 

한국 정부는 여행경보를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하고, 캄보디아 내 한국인 체류자 및 관광객을 위한 상시 보호센터와 즉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ASEAN 회원국들과의 협의체를 통해 국제범죄 대응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관광과 외교’라는 미명 아래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거래해서는 안 된다.

 

관광의 미소 뒤에 감춰진 공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미소의 나라’라 믿고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 납치와 협박, 감금과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환영합니다’라는 인사 뒤에 “돈이 되면 인간도 거래된다”는 냉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진정으로 세계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관광 홍보보다 먼저 범죄 근절과 외국인 안전 보장에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한국 정부 또한 외교의 이름으로 침묵하는 대신, 국민의 생명 앞에서는 어떤 나라에도 단호해야 한다. “안전이 없는 관광은 범죄의 공범이며, 침묵하는 외교는 죽음의 방조다.” 관광객의 피로 세워진 ‘미소의 나라’는 이제 세계의 경고를 들어야 한다. 캄보디아의 관광 산업은 더 이상 관광이 아니라 인권의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