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미국과 이란이 8개월간의 긴 침묵을 깨고 핵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양측은 오만에서 재개된 이번 회담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핵심 쟁점인 ‘우라늄 농축’과 ‘경제 제재’를 두고 가파른 대치를 이어가며 향후 험로를 예고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에서 진행된 이번 회담은 양국 대표단이 직접 마주치지 않고 오만 정부 관계자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셔틀 방식’의 간접 협상으로 진행됐다. 미국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제러드 쿠슈너가, 이란 측에서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전면에 나섰다.
8시간 동안 이어진 논의 끝에 아라그치 장관은 “양측의 입장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전달됐다”며 이번 회담을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협상은 오직 핵 문제에만 국한된다”며 탄도 미사일 등 비핵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는 미국의 시도에 명확한 선을 그었다.
회담의 최대 관건인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했다. 이란은 현재 보유 중인 농축 우라늄을 희석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를 뒀으나, 농축 활동 자체를 전면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주권 침해를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화 국면 속에서도 ‘채찍’을 거두지 않았다. 협상 당일 미 재무부는 이란산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의 불법 거래에 연루된 단체 15곳과 선박 14척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전격 발표했다. 이는 협상 중에도 경제적 압박을 유지해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담장 밖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지난해 미군의 공습을 받았던 탄도 미사일 기지들을 신속히 복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성 사진 분석 결과 12개 이상의 미사일 시설에서 수리 흔적이 발견됐으며, 이는 협상 결렬 시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보복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확인하는 탐색전 성격이 강했다고 평가한다. 이란은 고사 직전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제재 해제가 절실하고, 미국은 검증 가능한 수준의 핵 폐기 없이는 양보가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다.
양국은 이번 회담 결과를 본국에 보고한 뒤 후속 협상 일정을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8개월 만에 열린 대화의 문이 실질적인 비핵화와 중동 평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인 기싸움에 그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