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이란 전역에서 확산 중인 반정부 시위가 3주차에 접어들면서, 국제사회의 반응 역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 급증, 대규모 체포, 전국적 통신 차단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며, 이번 사태는 더 이상 이란의 국내 정치 문제에 머물지 않고 국제 인권 질서의 핵심 의제로 격상되고 있다.
이 같은 인식 전환의 중심에는 이란 인권단체 HRANA(Human Rights Activists News Agency)가 집계·공개한 수치와 이를 인용한 주요 서방국 및 국제기구의 공식 반응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대응은 가장 선명하다. 워싱턴은 이번 시위를 이란 정권의 구조적 인권 침해 문제로 규정하며, 기존의 핵 문제나 중동 안보 이슈와 의도적으로 분리해 접근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사망자 증가와 미성년자 희생, 그리고 인터넷 차단을 “체계적 억압의 증거”로 언급하며, 이란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단순한 우려 표명을 넘어, 향후 표적 인권 제재와 국제 조사 지지로 이어질 수 있는 외교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과 주요 회원국들의 반응은 보다 제도적이다. EU는 이번 사태를 국제인권법 위반 가능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외교적 언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민간인과 아동 사망, 자의적 체포를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동시에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은 대이란 인권 제재의 재검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유엔 차원의 반응은 이번 사태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이란 정부에 대해 독립적 조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통신 차단과 무력 사용 중단을 요구했다.
이는 아직 ‘규탄’ 수준은 아니지만, 중요한 전환점이다.
유엔이 국제 조사(fact-finding)라는 표현을 공식 문서에 포함시켰다는 점은, 향후 특별보고관 활동이나 조사위원회 구성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치로 해석된다.
국제 인권단체들의 평가는 한층 더 직설적이다. Amnesty International과 Human Rights Watch 등은 이번 진압 양상을 ‘국가 폭력’으로 규정하며, 실탄 사용과 특정 신체 부위를 겨냥한 사격, 미성년자 사망 사례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HRANA 역시 현재 공개된 수치를 “최소 확인치”로 명시하며, 통신 차단으로 인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국제 사회가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보다 민간 인권 네트워크의 자료를 더 신뢰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미국은 인권 책임론을 전면화하고,
- EU는 규범 외교를 통해 압박 수위를 조절하며,
- 유엔은 조사 단계로의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통신 차단과 강경 진압은 단기적 통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제 고립과 외교적 비용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