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2026년 1월 2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는 한국 외교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관세 복원’ 발언 이후 처음 열린 공개 토론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부의 대응 기조를 비교적 명확히 드러냈다.
핵심은 단순 대응이 아닌 ‘관리형 외교(managed diplomacy)’, 충돌을 피하면서도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가장 먼저 쏟아진 질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시사였다.
이경주 서울신문 산업부장이 “25% 관세 복원이 합의 파기인지, 재협상인지”를 묻자, 조 장관은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것을 합의 파기라고 보기는 어렵고, 재협상이 아니라 기존의 조인트 팩트시트의 충실한 이행을 서로 협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새 협상’이 아니라 기존 합의의 관리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외교적으로 이는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재협상’이 되는 순간 한국은 방어적 위치에 서게 된다.
반면 ‘이행 점검’으로 규정하면, 한국은 미국과 동등한 계약 당사자로 남는다.
조 장관이 반복해서 강조한 ‘조인트 팩트시트’는 바로 이 균형을 지켜주는 기준선이다. 새로운 요구를 수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합의한 내용을 서로 확인하고 이행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어진 질문은 쿠팡 사태와 관세 보복 가능성의 연관성.
유지혜 중앙일보 외교안보부장이 “국민들은 쿠팡 때문에 관세가 재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자, 조 장관은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쿠팡은 이번 관세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연계해서 해석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우리 협상 위치를 스스로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장관은 쿠팡 문제를 “정보 유출이라는 국내 법 위반 사안”으로 규정하며, 통상 문제와 분리했다.
국내 이슈와 통상을 연결하는 순간, 한국은 ‘잘못해서 제재받는 나라’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정부는 이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또한 패널들은 미국의 신호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점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현재 미국 의사결정 구조의 현실을 설명했다.
“지금 변화된 미국의 의사결정 구조와 발표 시스템상, 우리가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트럼프식 외교의 본질을 인정한 발언이다.
전통적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는 SNS 중심 발표, 국무부조차 사전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동맹국은 예측 외교가 아닌 사후 관리 외교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다.
재발 방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조 장관은 이렇게 답했다.
“너무 화들짝 놀래서 우리 입장을 약화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협상하면 됩니다.”
이는 이번 토론회의 가장 상징적인 문장이다.
트럼프식 외교는 상대국의 즉각적 반응과 공포 심리를 자극한다.
조 장관은 여기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합의 문서와 법적 틀로 되돌려 관리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디지털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원칙론을 강조했다.
“우리는 WTO의 최혜국 대우, 내국민 대우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제기되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정도입니다.”
조장관은 힘의 정치가 아니라 규범과 제도로 외교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조현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번 관훈클럽 토론회는 한국 외교의 현재 좌표를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을 재협상이 아닌 기존 합의 이행 과정으로 규정했고, 쿠팡 이슈 역시 통상 보복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돌발적인 미국식 외교는 이제 대응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전략은 의연한 대응, 협상 지속, 법적 원칙 유지다. 이는 한국 외교가 더 이상 방어적 충돌 회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계산된 관리형 외교(managed diplomacy) 단계에 진입했음을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