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2026년 3월, 이란 본토를 겨냥한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국제 핵 질서를 지탱해 온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
오만, 워싱턴, 테헤란을 연결하는 외교 접촉과 정책 결정 과정을 토대로, 전쟁 발발 전 약 3주 동안 진행된 주요 외교·군사 움직임을 재구성했다.
2월 6일, 미국 무스카트에서의 최후통첩: “외교는 끝났다”
전쟁의 서막은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비공개 간접 협상에서 시작되었다. 미 측 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재러드 쿠슈너, 그리고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마주한 이 자리는 협상이 아닌 ‘최후통첩’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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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요구: 미국은 ‘우라늄 농축 제로(Zero Enrichment)’와 기존 비축분의 즉각적인 해외 반출을 요구하며 이란의 핵 주권을 사실상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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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거부: 아라그치 장관은 “NPT 제4조에 명시된 권리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정면 거부했다. 이란은 ‘19개의 평화적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쿠슈너는 이를 “전형적인 시간 끌기”로 규정하며 회담장을 떠났다.
2월 11일, 백악관 ‘워룸’의 3시간: (The New York Times 보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월 1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약 3시간 동안 단독으로 이란 공격의 시기와 핵 협상 상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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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의 압박: 네타냐후 총리는 이미 2025년 12월 Mar-a-Lago 회동 당시부터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조기 군사 작전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시 “지금 타격하지 않으면 당신의 임기 안에 핵무기를 보유한 이란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발언이 ‘강한 미국’을 강조해온 Donald Trump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와 맞물리며 군사 옵션 검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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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지시: NYT에 따르면, 회담 직후 트럼프는 CIA와 중부사령부(CENTCOM)에 이란 수뇌부의 동선과 핵 시설 정밀 타격 옵션을 즉각 업데이트하라는 비밀 명령을 하달했으며, 이는 당초 3월 말로 예정되었던 공격 시나리오를 한 달 이상 앞당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2월 23일, 비밀 통화 ’: 독사의 머리를 겨냥하다 (Axios 단독 보도)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공습 불과 사흘 전인 2월 23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결정적 첩보’의 실체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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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의 내용: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카메네이를 포함한 혁명수비대(IRGC) 수뇌부의 비밀 회의 일정과 장소가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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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된 대화: 네타냐후는 “단 한 번의 대규모 타격으로 이란 지도부를 궤멸시킬 수 있다”고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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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승인: 트럼프는 약 10시간의 정밀 검토 끝에 작전을 최종 승인했다. 첩보 접수 후 24시간이 지나기 전, 테헤란의 안가는 미군의 정밀 유도탄에 의해 초토화되었다.
걸프 4개국의 ‘자본 무기화’ (Financial Times 분석)
전쟁의 여파는 실물 경제로 즉각 전이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 지역 4개국이 미국 내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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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가항력(Force Majeure): 이들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수익 급감과 국방비 증가를 이유로, 트럼프 취임 후 약속했던 수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에 대해 ‘불가항력’ 조항 인보크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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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함의: FT는 이를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외교적 압박”으로 분석했다.
미국 내 분열: ‘MAGA의 반란’ (TIME 및 Tucker Carlson Network)
타임(TIME)지와 터커 칼슨(Tucker Carlson) 등 보수 논객들은 이번 전쟁이 트럼프의 ‘불개입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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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증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먼저 계획했음을 시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끌려간 것이 아닌 나의 독자적 결정”이라고 반박하며 정부 내 혼선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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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리스크: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만약 MAGA 지지층 내 반전(反戰) 여론이 확산될 경우,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만 무스카트에서 진행된 마지막 간접 협상에서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측 협상단이 제시한 ‘우라늄 농축 제로(Zero Enrichment)’ 요구는 이란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독약 조항’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란 외무장관은 이를 “NPT 제4조에 명시된 권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으며, 이는 결국 대규모 군사 행동의 명분으로 활용되었다.
이번 이란 전쟁을 관통하는 가장 냉혹한 진실은, 이 거대한 화력전이 이란의 핵 위협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처한 절박한 정치적 위기가 낳은 ‘필연적 결과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이며, 때로는 정치적 몰락을 막기 위한 마지막 방패가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직전까지 사법 개혁 반대 시위와 부패 혐의 재판, 그리고 연정 내부의 극우 세력으로부터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국내 정치가 마비될 정도의 위기 상황에서, 그는 ‘이란 정권교체’라는 거대 담론을 터뜨림으로써 자신을 향한 모든 칼날을 안보 프레임 속으로 증발시켰다.
결국, 네타냐후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감한 ‘힘의 외교’를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했다. 이스라엘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결정적 정보로 트럼프의 결단을 유도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동원해 자국의 안보 숙원과 자신의 정치적 숙명을 동시에 해결하려 한 것이다.
현재 중동이 겪고 있는 유혈 사태와 걸프 국가들의 자본 철회라는 경제적 후폭풍은, 어쩌면 한 정치 지도자의 ‘라스트 댄스’를 위해 지불되고 있는 가혹한 비용일지도 모른다. 국제 사회가 ‘에픽 퓨리’의 군사적 성패에 주목할 때,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전쟁이 누구의 위기를 가려주고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